"연구 목적으로 가장한 고래 남획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일본이 지난해 환경단체의 제지로 주춤했던 고래잡이(포경)를 내달 재개하겠다고 밝히면서 국제사회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가노 미치히코(鹿野道彦) 일본 농림수산장관은 4일 "일본은 상업 포경을 지향하고 있고 이를 위해 학술조사 명분의 포경을 계속해야 한다"며 올 겨울 남극해역에서 포경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머레이 맥컬리 뉴질랜드 외무장관은 5일 "(일본의) 남극해 포경은 뉴질랜드와 호주 국민의 우려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처사"라며 "일본이 조사 목적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매우 의심스럽다"며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케빈 러드 호주 외무장관은 앞서 4일 "일본의 고래잡이 재개 결정에 실망했다"며 "포경 계획을 당장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호주는 지난해 5월 일본의 조사 포경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기했다.
일본의 포경을 둘러싸고 반발이 심한 것은 겉으로는 학술적인 명목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일본 국내 소비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매년 1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남극해 일대에서 1,000여마리의 고래를 잡는데 대부분 연구용이 아닌 식용으로 소비하고 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쇠고기보다 고래고기를 선호했다.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가 멸종위기 동물 보호를 위해 상업용 포경을 금지한 이후 일본 식탁에서 고래고기 비중이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고급 요리라는 인식이 강하다. 포경업에 종사하는 어민이 적지 않은 것도 일본이 포경산업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국제 사회는 일본의 포경산업을 꾸준히 비난해왔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도호쿠(東北) 대지진 당시 일본 포경산업의 중심 항구인 미야기(宮城)현 이시노마키시 아유카와하마항이 파괴된 것을 두고 "유럽과 미국이 환경보호단체의 항의와 방해에도 실패했던 일을 쓰나미가 수행했다"고 전해 일본의 항의를 받았다. 환경단체 시 셰퍼드는 지난해 일본 포경선단의 조업을 방해, 일본의 자진 조업중단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일본은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세다. 가노 장관은 "포경선 안전 대책의 하나로 수산청의 감시선을 파견하겠다"고 밝혀 환경단체와의 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폴 왓슨 시 셰퍼드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이 고래잡이하는 해역에 선박 3척을 보낼 것"이라며 "일본 포경선단이 작업을 계속하려면 시 셰퍼드 대원을 죽여야 할 지 모른다"고 밝혔다. 그는 호주와 뉴질랜드에 자신들의 활동을 감시할 해군 함정 파견도 요청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