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느끼는 곳
"나무는 아름답다 숲도 아름답다. 이 지구는 실상 나무의 지구이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단풍나무의 잎을 자세히 보라. 그 하나하나는 모두 상처 나고 일그러져 있다. 완벽한 이파리는 단 하나도 없다. 아시겠는가 그러나 모든 잎사귀는 행복하다. 나무 전체가 하나의 기적이다. 하물며 인간이 아니겠는가" 베트남 출신의 스님이자 시인이며 평화운동가로 달라이 라마와 함께 생불(生佛)로 꼽히는 지구촌의 '영적 스승'틱낫한 스님의 말씀을 떠 올리며 지금 이 순간을 살 수 있는 장소를 생각해 본다.
있는 그대로의 세계
한반도의 남쪽 끝 제주특별자치도에 100만평 규모의 세계적인 테마 공원이 조성되고 있다. 일찍이 사례가 없는 새로운 문화생태 공원이다. 온 지구촌을 들썩였던 3D영화 아바타에서 보는 원시 자연과는 다른 질감이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 자연 있는 그대로 공원의 콘텐츠로 조성하고 있다고 하니 우리에게 큰 보물이 생길 것 같다. 제주돌문화공원은 민, 관 공동작업으로 중앙정부의 지원하에 제주특별자치도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글로벌 관광콘텐츠 사업이다.
이미 사업이 진행되어 공원 안에 돌박물관, 돌문화전시관, 오백장군갤러리, 제주의 전통초가 마을, 교래 자연휴양림 등이 조성되었으며, 2단계 2차 사업으로 제주 설화의 주역인 설문대할망을 테마로 기획된 설문대할망전시관이 만들어질 예정이라 한다.
보는 그대로의 모습
제주도라는 섬의 풍광에 대한 예찬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언제부턴가 크고 작은 규모의 사업화된 테마 뮤지엄들이 제주도에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숫자가 100개에 달한다고 하니 뭔가 대책이 필요할 듯도 하다. 하지만 수익을 포함한 다양한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뮤지엄들을 별달리 규제할 방안은 없을 것 같아 보인다. 제주도를 추억하고 이야기하는 콘텐츠를 느낄 장소는 제주의 자연과 생활 풍속이었는데, 이제 골프장과 각종 뮤지엄들이 진공 청소기처럼 제주의 풍광을 빨아들이고 있다. 제주문화를 있는 그대로 보고, 보는 그대로 모습을 가꿀 수 있는 콘텐츠가 제주돌문화공원에서 만들어지는 것 같다.
사실 제주돌문화공원엔 새로운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블랙 홀에 빠진 듯한 느낌을 갖는다. 시선을 가로막으며 위압하는 건축물도 없으며, 억지 춘향이 노릇을 하는 스토리텔링으로 꾸며진 전시관이나 기념품 가게도 없다. 전시관내의 콘텐츠도 제주 자연의 일부며 제주의 자연을 소개하는 정도이다. 공원 안이 그냥 자연의 일부이고 그 자체가 자연인 셈이다. 온갖 고난에도 자연과 소박하게, 그러나 지혜롭게 조율하며 생활해 온 제주인들의 삶의 풍경을 있는 듯 없는 듯 공원 안에 심어 놓는 것이 전부다. 있는 그대로 보고 보는 그대로 있는 세계로 가을 여행을 떠나본다.
김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미디어아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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