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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자전거길 가보니/ 옛 중앙선 따라 강바람 타고… 페달이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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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자전거길 가보니/ 옛 중앙선 따라 강바람 타고… 페달이 신났다

입력
2011.10.0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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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북한강을 가로지르는 철교 위를 열차가 ‘철거덕 철거덕’ 소리를 내며 유유히 지났다. 나란히 놓인 철교 위로는 자전거를 탄 한 무리가 열차와 경쟁하듯 속도를 내며 두물머리 쪽으로 향했다. 굽이쳐 흐르는 남한강 물줄기와 주위를 둘러싼 유려한 산세는 마치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했다.

MT와 데이트 장소로 애용되며 수많은 이들에게 추억과 낭만을 선사한 한강 제1경 두물머리. 자연이 빚은 이 풍경 속으로 자전거가 뛰어들었다. 자전거를 불러들인 것은 다름아닌 폐철도 길이었다.

이런 코스는 세상에 없다

가을 강바람이 잔잔히 부는 이날 오전 경기 양평군 양서면 옛 중앙선 북한강철교 끝에서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페달에 힘을 주자 천연목을 깔은 놓은 철교 위를 자전거가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양 옆으로 펼쳐진 풍광이 눈을 즐겁게 했고, 시원한 가을 향기는 코끝에서 살랑거렸다. 바닥에 설치된 투명강화유리를 통해 강물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달 8일 정식 개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지만 달리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다리를 건너 남양주시로 들어와도 남한강은 잠시도 자전거 곁을 떠나지 않았다. 마치 남한강 물위를 달리는 듯한 착각 마저 들었다. 과거 철길이었다는 것을 알리려는 듯 철도 레일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벤치와 테이블 등을 갖춘 쉼터도 깔끔하게 단장돼 있었다. 차로와 만나는 곳에는 자전거 전용 신호등까지 있었다.

3㎞쯤 달리자 7080세대라면 한번쯤 들렀을 능내역이 눈에 들어왔다. 2008년 12월 폐역된 능내역은 기차가 아닌 자전거를 위한 역으로 리모델링이 한창이었다. 카페 등 휴게시설과 화장실외에도 지역문화 전시공간이 들어선다. 조금 더 가자 무료 공기 주입기와 자가정비를 위한 공구 등이 비치될 바이크 스테이션에 도착했다.

팔당댐에 이르자 터널이 나왔는데 철로였던 탓에 도로가 다소 비좁았다. 터널 내부는 자전거가 오면 바닥에 유도등이 들어오는 센서 방식이었지만 조도가 낮아 다소 어두웠다.

소문을 듣고 온 자전거족들은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양평MTB동호회 김기수(52ㆍ사업)씨는 “마음 놓고 강변을 달릴 수 있는데다 경치도 단연 최고라 가족과 꼭 같이 오고 싶다”며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었다.

폐철도의 변신은 무죄

남양주~27. 702.

국내 최초로 폐철도를 이용한 자전거길을 만든 것은 발상의 전환이다. 2009년 12월 중앙선을 직선화한 복선전철이 용문까지 개통되면서 옛 중앙선 열차는 운행이 중단됐다. 북한강철교를 비롯한 시설물은 철거해야 하지만 비용이 문제였다. 길이 564m인 북한강철교 철거에만 약 70억원이 필요했다. 그냥 놔두면 흉물이 될 상황에서 자전거도로라는 아이디어를 찾아낸 것이다.

마침 일제강점기 건설된 옛 중앙선은 강변을 따라 꼬불꼬불하게 놓였다. 기찻길 자체가 강변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명당이다. 행정안전부의 예산 지원을 받은 남양주시와 양평군이 올해 5월 초 착공해 불과 5개월 만에 27㎞나 되는 자전거도로를 완성한 것은 폐철로의 덕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년간 부지를 무상으로 빌려줘 토지보상비도 들지 않았다.

심보균 행안부 지역발전정책국장은 “새 도로를 닦을 필요가 없어 사업비를 줄였고, 탄소 발생도 최소화했다”며 “폐철도를 재활용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명소 탄생 기대

남한강 자전거길의 강점은 역시 자연이다. 두물머리와 팔당호를 비롯해 예봉산 검단산 운길산 등은 수도권 최고의 절경을 자랑한다. 여기에 자전거길을 만들며 꽃길, 야생화 군락, 왕벚나무와 청단풍으로 이뤄진 나무터널 등이 추가됐고, 북한선철교와 능내역사, 다산유적지 등이 어우러져 손색 없는 관광자원으로 거듭났다.

국내 전철 중 유일하게 아무 때나 자전거를 갖고 탈 수 있는 중앙선이 운행돼 수도권 접근성도 뛰어나다. 남양주시와 양평군은 남한강 자전거길이 지역발전을 견인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전거 동호회원이라는 유모(47)씨는 “그간 차로,인도와 같이 있어 위험했는데 전용 도로가 생겨 너무 기쁘다”며 “주변 경치와 시설이 너무 좋아 세계 최고의 자전거길이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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