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4일 손학규 대표의 사의 표명으로 사실상 차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당내 계파 간 입장이 달라 차기 지도부 구성과 당 진로를 둘러싼 갈등이 또다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당헌ㆍ당규에 따르면 새로운 당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는 선출직 최고위원 중 다수 득표자 순으로 당 대표 직무를 대행한다.
이에 따라 손 대표가 사퇴할 경우 지난 전당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정동영 최고위원이 당 대표직을 승계하게 된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에게 "민주당이 서울시장 야권 통합 후보 경선에서 시민들의 열망을 담아내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지만 내부 책임론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주류 측에선 "손 대표의 사퇴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당장 10ㆍ26 재보선과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도부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주류 측 관계자는 "손 대표의 사의 표명은 책임 있는 처신이 아니다"면서도 "전당대회 등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정 최고위원이 승계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같은 '민주희망2012'(구 쇄신연대) 소속인 천정배 박주선 조배숙 최고위원과 이날 밤 의견을 조율한 뒤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이인영 김영춘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공식 입장이 정리된 뒤에 거취를 표명할 방침이다. 이들은 사퇴 의사를 밝힌 손 대표를 설득하지 못할 경우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지도부 총사퇴를 유도한 뒤 김진표 원내대표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면서 12월로 예정된 차기 전당대회를 앞당겨 개최해 지도부 공백을 최소화하자는 입장이다.
비주류가 당권을 승계하든, 비상대책위 체제가 가동되든 당 진로를 두고 계파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선 각 계파가 이번 통합 경선에서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시민들의 요구가 확인된 이상 당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 '혁신과 통합' 등 시민사회세력과의 관계 설정을 두고는 미묘한 입장 차이가 감지되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민주당이 앞으로 시민사회세력과 당 밖의 친노 세력을 아우르며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그래야 박원순 후보 등 시민사회 인사들이 민주당 입당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손 대표의 사퇴로 촉발된 지도부 공백 상태가 야권 재편론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진보 정당들을 제외하고 민주당과 시민사회세력, 당 외부의 친노 세력들이 차기 전당대회를 통합 전당대회로 치러 중(中)통합 수준의 신당을 창당하자는 구상이다.
하지만 친노 세력과 긴장 관계에 있는 비주류 측에선 이 같은 정계개편 기류에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해찬 전 총리 등 '혁신과 통합' 내 친노 세력들이 새로운 통합 정당에서 중심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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