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해밀협동조합은 조합원 180명 출자금 9,000만원 규모에 불과하지만 상환율 100%라는 작은 기적을 보여주고 있다.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당하고, 새 학기에 자녀의 학비에 발을 구르는 저소득층 가정의 애환과 꿈이 담겨 있는 이 조합은 한국판 그라민은행(방글라데시의 무담보 소액대출 은행)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8년 해밀협동조합이 시작될 때 초대 이사장을 맡았고 현재 부이사장인 강승임(48)씨는 "학기초 아이들 학비를 위해서, 또 명절 전후에 대출이 많이 이루어진다"며 "병원비가 급해 찾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해밀협동조합은 정부의 자활사업에 참여하고 있던 저소득층 이웃들이 뜻을 모아 출범시켰다. 한 푼이 아쉽지만 제도권 금융은 소득이 적고 신용이 낮은 이들을 상대해 주지 않아 스스로 조합을 이뤄 소액대출사업을 하기로 한 것이다. 강씨를 포함해 제각각 자활사업단을 운영하던 7명의 팀장이 주도해 137명의 창단 조합원을 모집했다. 출자금은 사정에 따라 5,000~5만원씩이었다. 바자회도 열어 수익을 보태 출자금 2,000만원이 모였다.
1회 대출금액은 50만~100만원으로 10~20개월 동안 빌릴 수 있다. 연리 3%이고 담보도 보증도 필요 없다. 연간 대출이 약 100회에 이를 정도로 호응이 좋았으며, 지난 3년간 상환이 안 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출자금도 9,000만원으로 늘었다. 강씨는 "처음에는 (상환율이 낮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현재 자활공동체 ㈜행복도시락 대표로 18명의 직원들과 일하며, 지역내 300명의 결식아동에게 도시락을 지원하고 있다. 아동 도시락 비용은 정부에서 지원받고, 마사회 간식제공, 예비군 도시락 제공 등 사업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초기 시설투자 비용은 민간 기업의 후원으로 시작했다.
두 아이를 홀로 키우며 2003년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했던 좌절을 경험한 강씨는 "살다 보면 어려움에 처할 수 있고 좌절할 수도 있지만 주저앉지 말고 지역사회의 지원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면 방법은 있다"고 조언했다.
보건복지부는 4일 강씨와 광주 서구의 최지용(41)씨를 올해의 자활명장으로 선정했다. 차상위계층(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이었던 최씨는 지자체의 자활센터 도움을 받아 2008년 상자제조를 하는 자활공동체 ㈜드림박스를 꾸려 연 매출 8억원을 돌파했다. 복지부는 자활사업 참여자들의 이야기 33편을 묶은 수기집도 발간했다. 실직ㆍ가정불화를 딛고 두부제조 기술을 익혀 자립에 성공한 박동음씨 등의 사연이 실렸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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