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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베풀며 살았는데…" 대리운전 목사, 길에서 눈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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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베풀며 살았는데…" 대리운전 목사, 길에서 눈감다

입력
2011.10.0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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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개척한 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활동에 힘쓰다 생활고로 대리운전을 하던 50대 목사가 교통사고로 숨져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3일 오후 7시40분쯤 서울 강변북로 일산 방향 동호대교 부근 3차로에서 김성권(54)씨는 자신이 몰던 카니발 차량이 고장이 나자 비상등을 켜고 수신호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같은 방향으로 진행 중이던 아반테 차량(운전자 조모씨ㆍ30))이 김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치어 김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김씨는 서울의 한 대리운전회사에 소속된 대리기사로 일당 3만원을 받고 이날 매매된 카니발 차량을 성남에서 서울 서부면허시험장 부근까지 전달하는 중이었다.

김씨는 10년 전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사는 성남 수정구의 한 동네에 교회를 열었다. 젊은 시절 쇠약해진 몸을 신앙으로 극복했던 김씨가 뒤늦게 신학대학교에 입학, 마흔 살에 졸업한 뒤 마련한 개척교회였다. 행려자가 있으면 교회에서 이들을 재우고 고령의 이웃이 있으면 교회 차량으로 집에 데려다 주는 등 종교를 넘어 이웃을 향한 봉사활동에 힘썼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한 동료목사는 "종교를 떠나 베풂 그 자체의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회 운영은 쉽지 않았다. 김씨의 교회는 교인이 10여명에 불과해 고정 수입조차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고 결국 김씨는 2년 전 교회 소유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결국 김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3년 전 대리운전 일을 시작했다. 밤낮을 마다하지 않은 노력의 결과로 김씨 가족은 지난해 판교IC 인근 13평짜리 임대아파트에 거주하게 됐고 남은 빚도 거의 다 청산했다.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김씨는 허망하게도 불의의 참변을 당한 것이다.

4일 빈소가 차려진 용산구 순천향병원에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김씨의 대리운전 동료들은 "김씨가 부모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대리운전 기사 자녀들을 상담하고 먹을거리도 챙겨줬다"며 어느 자리에서든 선행을 베풀려 했던 그의 마음 씀씀이를 기억했다. 김씨의 외동딸(18)은 "어려운 형편에도 학원비는 꼭 챙겨주시던 자상한 아버지이셨다"며 통곡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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