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선에 나설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된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민주당 입당을 저울질하고 있다. 박 후보는 4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의 입당 여부를 묻는 질문에 "민주당 입당 관련 요구가 많고, 그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한다"며 "6일 후보 등록 전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나 저 같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개방적이면서 새 시대 이념을 담아내는 민주당으로 전환되고, 그 계획이 만들어지면 못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말해 사실상 민주당 입당을 위한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박 후보는 이어 "제도권 정치를 넘어서는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참 크다"면서 "민주당이 통합을 위한 대안을 내놓고 있고 이런 논의가 무르익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당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 원장의 선거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교수직을 맡고 있어 적극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고 그렇게 부탁할 입장도 아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민주당 입당의 여지를 남겼으나 그의 측근들은 대체로 무소속 출마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 측근은 "민주당 입당이 필요한 현실적 요구도 있지만,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시민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은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손학규 대표의 사의 표명으로 혼돈을 겪고 있는 민주당의 갈등이 박 후보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민주당이 일사불란한 지원 체계를 갖추기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박 후보에게 불리한 구도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많다. 당장 선대위원장에 손 대표를 추대하려던 계획도 어려워졌다.
하지만 반대 논리도 있다. 박 후보가 민주당과 거리가 멀어지면서 시민사회세력이 더욱 단합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기성 정치에 식상한 정치 무관심층이 무소속 후보 쪽으로 쏠리는 현상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편 박 후보는 이날 야권 단일 후보로서의 첫 행보로 나눔국민운동본부 등이 개최하는 '희망 나눔 걷기 대회'에 참석했다.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대기업 후원금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첫 일정으로 잡은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어 오후에는 야권대통합 추진기구인 혁신과 통합'이 개최하는 '통 카페'행사에 참석했다. 박 후보는 이 자리에서 "범야권이 힘을 합쳐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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