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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시위대 손들어준 소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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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시위대 손들어준 소로스

입력
2011.10.0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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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탐욕에 뿌리가 닿아 있는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가 월가를 비판하는 시위를 지지하고 나섰다.

3일 BBC 방송에 따르면 소로스는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납세자의 돈이 은행을 떠받치는데 쓰이는 것에 대한 (시위대의) 분노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또 "은행의 악성자산을 덜어줘 자기들 방식대로 돈을 벌도록 해 준 결정이 은행의 막대한 수익을 가능하게 했다"며 "(월가 종사자들이) 거액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소로스의 발언은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미 연방정부가 월가에 막대한 구제금융을 투입한 데 이어 두 차례 양적완화를 통해 금융권의 자산을 대거 매입한 조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소로스가 쓴 소리를 한 적이 한두 번은 아니지만, 투기에 가까운 공격적 투자로 미 재산순위 7위까지 오른 그가 신자유주의 반대 움직임에 공감을 표시한 것은 시위대의 분노가 그만큼 광범위한 공감을 얻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3주전 뉴욕에서 청년 실업자들의 주도로 시작된 월가 시위는 이날도 노조 등 조직력을 갖춘 세력이 잇달아 동참하며 미 전역으로 세를 불려나가고 있다. 교원조합연맹, 교통운수노조 등이 지지의사를 밝힌 가운데, 노조원들은 5일 뉴욕에서 월가 시위를 지지하는 대규모 가두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시위가 확산되면서 시위 방식도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달러 지폐를 입에 물고 얼굴에 하얗게 분칠한 좀비 분장을 하고 거리를 행진했다.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덕분에 절대 죽지 않는 월가의 금융회사를 풍자한 퍼포먼스다.

2일 브루클린 다리에서 교통방해 혐의로 700여명을 체포한 뉴욕경찰이 시위대의 불법행진을 유도했음을 보여주는 영상과 증언이 잇달아 나오면서 경찰의 과잉대응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시위 참가자 40여명의 증언을 근거로 "인도와 차도가 갈라지는 지점에서 시위대가 머뭇거리고 있을 때 차도 쪽으로 행진하라는 경찰의 묵인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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