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북한 청진항에서 목선을 타고 일본으로 탈출했던 탈북자 9명이 4일 한국에 도착했다. 특히 한 탈북자는 백남운 전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의 손자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탈북자 9명은 이날 낮 12시 일본 후쿠오카(福岡) 발 대한항공 KE788편을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경찰에 에워싸인 채 빠른 걸음으로 출입국 심사대를 통과한 뒤 귀빈주차장에 대기 중이던 소형버스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들 일행은 후드 티에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흰색 마스크,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는 등 자신의 신원을 철저히 가렸다. 어린 아이로 보이는 2명은 땅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 어른들의 뒤를 바짝 뒤따랐다. 애초 일행 중 대표 1명이 입국장 앞에서 짧게 소감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국가정보원 등은 계획을 바꿔 언론 접촉을 차단했다.
지난달 13일 북한 탈출 후 일본 이시카와(石川)현 앞바다에서 탈수 직전 발견된 이들은 두 가족, 친척 관계인 단신 탈출자 1명으로 이뤄졌다. 그 동안 나가사키(長崎) 입국관리센터에 머물면서 일본 당국의 조사를 받았고, 모두 남한행을 희망, 이날 입국하게 됐다. 이와 관련,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이들은 북한에 있을 때 먼저 탈북한 친척과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단파라디오 등을 통해 한국 등의 사정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들은 탈북 후 남한으로 향하다 폭풍우를 만나자 갖고 있던 나침판을 이용, 일본쪽으로 방향을 틀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추후 국정원 통일부 정보사 요원 등으로 구성된 합동신문조의 조사를 받은 뒤 하나원에서 한국 사회 적응 교육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외교소식통은 백 전 최고인민회의 손자라는 탈북자 주장과 관련, “일본 정부가 탈북자 일행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한 남성이 이 같이 주장했으며 아버지는 조선노동당에서 한국인 납북 업무를 담당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앞으로 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백 전 의장은 1948년 4월 남북연석회의에 참가했다가 북한에 잔류, 북한 초대 내각 교육상과 과학원 원장을 거쳐 67년 12월부터 72년 12월까지 최고인민회의 의장을 역임했다. 최고인민회의 의장은 우리의 국회의장에 해당하는 고위급 인사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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