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한국, 파나마, 콜롬비아 등 3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을 의회에 전격 제출했다. 4년 전 대선 후보 시절 FTA를 반대했던 그는 백악관에서 의회에 FTA 비준을 촉구하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렇게 달라지기까지는 경제, 정치적 결단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FTA를 내년 재선 성공의 승부수로 삼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FTA로 기대하는 것은 일자리 창출과, 수출 증대 등 경제적 효과다. 물론 그렇다고 경제상황이 갑자기 달라지지는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FTA로 첫해 수출은 1%(130억달러) 늘어날 것"이라며 "그다지 대단하지 않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최악인 경제지표를 볼 때 FTA는 오바마 대통령이 기댈 수 있는 몇 안되는 카드 중 하나다. 실업률은 9.1%의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고, 신규 일자리는 거의 제로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정치적 기반마저 흔들리는 상태다. 오바마 대통령은 3개국과의 FTA로 35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오바마 정부의 FTA 계산서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미 경제의 지도력을 강화한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3개 FTA 이행법안 제출은 전세계에서 미국의 경제적 지도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의지를 증명한다"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우리는 뒤처질 수 없다"며 글로벌 시장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미국의 절박성을 강조했다. 토머스 도나휴 미 상공회의소 회장은 "미국이 마침내 게임에 복귀하고 있다"는 말로 미 재계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FTA 비준을 요구해온 사실을 상기시켰다.
경제적으로 절실했다 해도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정치적 모험일 수 있다. 백악관은 공화당이 원하는 FTA와 민주당이 원하는 실업자 지원을 위한 무역조정지원(TAA) 연장안을 연계처리 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런데 TAA 처리에 대한 공화당의 명시적인 보장이 아닌 구두 약속만 믿고 먼저 공화당에 FTA 선물을 안겨 준 것이다. 그렇잖아도 오바마 대통령은 8월 국가부채 상한 확대 협상에서 "공화당에 너무 많이 양보했다"며 민주당의 비판을 받아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FTA 법안 제출을 통해 공화당의 협조가 절실한 일자리 창출법안을 주도적으로 이끌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당장 "의회가 국민을 위한 바른 일을 해야 한다"며 경기부양책의 이달 내 처리를 압박했다. 또 사생결단식 대결을 해온 공화당과 타협할 수 있는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부각해 대결 모드로 일관하는 공화당 대선주자들과 차별화할 수 있다. 외교적으로는 전략적 동맹관계로 격상된 한미동맹이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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