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4일 사의를 표명했다. 60년 전통의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데 대해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적절한 처신이라고 본다. 이명박 정부 심판이라는 명분 아래 야권 단일후보 경선을 성공적으로 치렀지만, 그 주연 자리를 정치 입문 한 달밖에 안 된 박원순 변호사에 넘겨줬다는 사실은 민주당으로서는 참담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아무런 자성도 없이 그저 야권이 서울시장만 차지하면 된다고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야권 단일후보 박원순은 이처럼 민주당을 크게 뒤흔들고 있지만, 한나라당도 그 바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실시된 지 불과 달포밖에 안 지났지만, 한나라당은 전면 무상급식 수용으로 돌아섰다. 당론도 복지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선거 지원을 얻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시대변화를 외면하기 어렵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당정치의 위기라는 진단이 보편화한 지금, 진정 필요한 것은 "왜"라는 질문이다. 왜 국민들은 정당을 외면하고 느닷없이 안철수 교수에 열광하며 박 변호사에 지지를 보내는지부터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위기의 정당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를 찾기 위한 첫 걸음이며, 새 정치를 부르짖는 시민사회세력들이 무엇인가를 내놓기 위해 고심해야 할 첫 과제다.
그 답은 국민의식과 수준은 높은데 삶은 전혀 그렇지 못한, '기대와 현실의 괴리'에서 찾아야 할 듯싶다.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평생 열심히 일했는데 노후대책도 없이 퇴직해야 하는 팍팍한 현실이 정치불신과 변화욕구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는 이런 변화를 담아내는 것이다. 국민이 바라고 시대가 요구한다면,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변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세력들도 말만이 아닌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 첫 시험대가 10월 26일의 서울시장 보선이다. 피하지 말고 제대로 승부해보자. 이기든 지든 국민의 뜻과 시대정신을 확인해보고 또 다시 고민하고 변신해보자. 그게 한국 정치가 가야 할 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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