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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김인규 사장 '도청'이 아니면 아니라고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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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김인규 사장 '도청'이 아니면 아니라고 말하라

입력
2011.10.0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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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과연 민주당 대표실 도청을 했는가. KBS의 도청 의혹이 불거진 지 벌써 100일이 넘었다. 진실은 그렇다 또는 아니다 둘 중 하나다. 그런데 KBS의 최고 책임자 김인규 사장은 이 간단한 답을 하지 못하고, 몇 달째 이상한 말 돌리기만 하고 있다.

KBS가 그동안 밝힌 공식 입장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식의 도청은 없었다", 그리고 "(녹취록 확보에) 제3자의 도움이 있었지만 취재원 보호를 위해 밝힐 수 없다"였다. 진실 밝히기를 한사코 거부하는 이런 태도는 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되풀이됐다. 김인규 사장은 KBS에 불법도청에 관련된 사람이 있다고 보느냐는 민주당 김재윤 의원의 질의에 "도청이 있다고 보고받은 바도 없고, KBS 사장으로서 KBS 직원들의 말을 믿고 있는 편이다"며 알쏭달쏭한 답변이다.

김 사장은 콕 집어서 KBS 구성원 누구도 도청을 하지 않았다고 보느냐는 민주당 전혜숙 의원의 질의에는 "KBS 직원 어느 누구도 도청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과장된 표현이죠"라고 더욱 알 수 없는 답변을 했다. 진상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을 질책하는 민주당 최종원 의원, 자유선진당 김창수 조순형 의원의 지적에도 "경찰이 수사 중이니 밝혀질 것"이라며 '유감'이라는 말만 내놓았다.

'KBS 역사상 최대 위기'라며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서 속히 의혹을 털자는 노조의 요청은 몇 달째 묵살당하고 있다. KBS 구성원 모두가 도청 의혹으로 덤터기를 쓰고 있는데도 말이다. 언제까지 선문답 같은 말장난만 앞세울 것인가.

이미 조현오 경찰청장이 8월 16일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는 어렵다며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경찰 수장이 수사로 진실을 밝히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혹시 KBS는 도청 의혹이 이대로 지지부진한 수사 속에 국민들의 뇌리에서 멀어지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이날 국감에서는 김 사장이 도청 의혹이 불거진 직후 KBS 이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벽치기는 취재기법으로 다 해왔던 것인데 문제될 게 있느냐"고 한 발언(한국일보 6월 30일 보도)도 논란이 됐다. 김 사장은 이 발언은 자신이 아니라 KBS 야당측 이사가 한 말로, 이 보도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 중이라고 답했다(맞다. 그는 한국일보와 기자들을 상대로 총 3,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개인 명예훼손인데 소송비용은 KBS가 댄다고 한다). 그러더니 오후 질의에서는 "이사 한 분이 먼저 꺼냈으며, 말이 나와서 나온 거다"고 했다. 도청 의혹에 관한 대처처럼 이 역시도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인지 안 했다는 것인지 불분명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런 식의 말 돌리기는 신뢰감만 떨어뜨릴 뿐이다. KBS의 명예를 훼손하는 장본인은 결국 도청 의혹과 관련해 명쾌하게 사실을 밝히지 않는 김인규 사장 본인이다.

채지은 문화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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