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줄기세포 연구 개발 활성화와 산업 경쟁력 확보 방안 보고회에 참석해 줄기세포 연구 개발 예산을 과감하게 늘리겠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엔 무릎십자인대를 다친 미국 풋볼스타 터렐 오웬스가 한국을 방문해 차움에서 검진을 받고 줄기세포 치료를 위한 혈액과 지방세포를 채취하고 돌아갔다.
사실 외국의 유명인사가 줄기세포 치료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국의 6대 부호 엄빈 회장과 캐나다의 대기업가 나이가드 회장도 차움을 다녀갔다. 우리나라의 성체 줄기세포 치료수준이 세계 5위권이라고 하니 한국을 방문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줄기세포연구를 놓고 국제사회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2009년 배아줄기세포연구를 허용하면서 2억달러의 지원계획을 수립했다. 유럽연합(EU)은 8개국 11개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줄기세포연구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고, 일본은 역분화 줄기세포 등 재생치료연구에 109엔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2009년 줄기세포 연구 개발 투자비가 세계 3위 규모인 1억6,000만달러에 이른다.
이렇듯 줄기세포 연구개발이 급성장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2005년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사건 이후 줄기세포 연구가 냉각기나 마찬가지다. 연구개발 예산도 다른 분야에 비해 턱없이 적은데다가, 문제가 된 배아줄기세포 뿐 아니라 줄기세포연구전반에 대해 이중삼중으로 규제하고 있다.
황 박사는 난치병 환자들에게 줄기세포라는 희망의 문을 열어놓았지만, 반대로 줄기세포연구에 찬물을 끼얹는 역할을 했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관련 업계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연구를 계속해 미국 일본 등에 이어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줄기세포 특허를 획득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는 자가 성체 줄기세포를 이용한 급성 심근경색증 치료제를 세계 최초로 허가받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정부가 뒤늦게라도 줄기세포 연구 개발예산을 대폭 늘리고 관련 규제도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점은 다행이다.
다만, 규제 완화와 관련해 정부가 각별히 유념해야 할 사항을 한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그것은 줄기세포 치료제가 화학합성 의약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화학합성 의약품이 모든 이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범용 의약품이라면, 바이오 의약품인 줄기세포 치료제는 개별형 맞춤형 의약품이다. 범용 의약품은 보편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신중하고 복잡한 허가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특정인에게 맞춤형으로 적용되는 자가 줄기세포 치료제는 사실상 의약품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어찌 보면 의약품보다는 의료기술 쪽에 더 가까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학합성의약품의 허가과정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따른다.
바이오 연구에서 우리나라는 후발주자이지만 승산이 있다. 특히 성공 가능성이 높은 자가 줄기세포에 대해서는 보다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안전성을 철저히 관리하되,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는 기존의 의약품과는 차별화된 허가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21세기에 접어들어 의약품의 패러다임이 맞춤형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시대 변화에 맞는 진취적인 허가제도를 정부 측에 기대해 본다.
문창진 차의과학대 보건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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