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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대안화폐 사용·물품교환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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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대안화폐 사용·물품교환 붐

입력
2011.10.0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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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중부 볼로스에 사는 테오도로스 마브리디스씨는 최근 야외시장에서 계란과 우유, 잼을 샀다. 하지만 마브리디스씨가 물품 구입 대가로 지불한 것은 유로화가 아닌 TEM이라 불리는 대안 화폐였다. 그는 "예전에는 (돈을 꺼내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 손이 갔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며 "처음으로 자유를 느낀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한 그리스에서 물물교환 방식을 이용해 지역 경제를 살리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TEM은 볼로스에서 유로화 못지 않게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인터넷을 통해 대안화폐 조직에 가입한 주민들은 TEM으로 어학 수업을 듣고 베이비시터를 구하며 컴퓨터를 수리한다. 상점에서 할인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1TEM는 1유로와 동일하며 회원 1인당 최대 300TEM이 부여된다. TEM을 묶은 바우처는 수표처럼 쓰인다.

그리스에는 볼로스 외에도 대안화폐를 실제 경제활동에 적용하는 지역과 조직이 여럿 있다. 각 지역 또는 조직의 회원이 50~400명으로 아직은 태동 단계에 있지만, 정부가 임금을 삭감하고 세금을 인상하는 등 강력한 긴축정책을 펴는 것에 맞춰 그리스 전역으로 대안화폐 운동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할지 모른다는 관측은 이런 움직임에 힘을 보탠다. 게오르기 스태타키스 크레타대 교수는 "그리스는 전체 근로자의 20%가 공무원일 정도로 공공부문의 비중이 크지만 정작 서비스 만족도는 크게 떨어진다"며 "새로운 형태의 지역 조직이 정부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도 풀뿌리 시민 운동을 굳이 말릴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그리스 의회는 지난주 물물교환을 포함해 대안 기업활동과 지역개발을 장려하는 법안을 채택했고, 정부도 지지했다.

NYT는 "그리스 국민이 경제를 넘어 모든 분야에서 자발적으로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2주일 전 아테네의 버스ㆍ지하철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카풀을 하자는 시민 제안이 봇물을 이뤘다. 경제 위기를 겪으며 무능한 정부에만 기댈 수 없다는 의식이 싹튼 것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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