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시대가 활짝 열린다. 4대강 공사 구간 중 최대 규모인 낙동강 사업의 공정률이 90%를 넘으면서 강이 국민 생활의 중심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내륙에서 강 중심의 수변도시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다. 2009년 12월2일 달성보에서 시작된 낙동강 사업은 1년10개월이 지난 지금 웅장한 규모의 보(洑)들이 물을 가둘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4대강 사업 중 찬반 논란의 중심에 섰던 낙동강이 홍수와 가뭄 문제를 해결하는 생명의 강으로 탄생할 날도 멀지 않았다.
낙동강은 올 여름 장마철을 무난히 넘겨 안정권에 들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올 장마때는 경북 등 남부지방 평균 강우량이 468㎜로 평년보다 120㎜가 많았고 하루 강우량이 222㎜의 폭우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농경지 침수 등 비 피해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의 경우 2003년 태풍 '매미' 때는 평균 172㎜의 호우로 안동과 상주 등 5개 시군에서 1만416㏊, 태풍 '루사' 때는 평균 123㎜의 비로 김천 등 4개 시군이 1만81㏊의 침수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올해는 배수펌프장 용량부족으로 성주ㆍ고령이 침수피해를 입는데 그치는 등 비 피해가 예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했다.
이는 하상준설로 낙동강 수위가 3m 이상 낮아지면서 물그릇이 3.2억톤이나 커졌고, 유속이 빨라지면서 지류의 물이 본류로 빨리 흡수돼 피해를 줄였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영주댐과 영천 보현산댐이 조성되고 안동댐과 임하댐 연결사업이 끝나면 2.1억톤, 농업용저수지 둑높이기사업 1.4억톤 등 낙동강 사업 전보다 6.7억톤의 물그릇이 커지는 효과를 보게 된다.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4대강 사업을 기념하기 위해 낙동강 수계 경북구간의 보가 잇따라 개방된다. 이달부터 보에 물을 가두기 시작, 통수 시험을 거쳐 15일 구미보, 22일 강정고령보, 11월에는 상주보와 낙단보, 칠곡보가 주민들에게 위용을 자랑하게 된다.
낙동강살리기 사업 이후 낙동강 연안 지역을 포함한 그랜드마스터플랜도 마련됐다. 경북도 낙동강살리기사업단이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용역을 의뢰, 3월 최종 발표된 '낙동 글로벌 워터프런티어 2020 비전' 보고회는 2007년부터 시작된 낙동강 프로젝트와 4대강 사업을 연계, 강 연안까지 통합하는 종합계획이다.
강 중심으로 도시구조를 개편하는 이 플랜에 따르면 신 낙동강시대 선도 핵심사업으로는 상주에 '국립농업생명미래관'과 칠곡의 '담수미세조류 연구개발센터'가 추진된다. 미래 농업시대 진입을 위한 전진기지와 국내 바이오에너지 수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낙동강 상류 안동의 신도청 소재지에는 휴양과 숙박, 레저, 관광을 할 수 있는 '모닝 캄 빌리지'(Morning Calm Village)이 들어선다. 전통가옥과 저밀도 현대식 리조트로 외국의 바이어들을 초청, 안동의 유교문화적 콘텐츠와 강변 레포츠를 경험토록 하는데 안성맞춤이다.
상주에는 강변의 나루터와 주막을 연계 'Rice Beer World'도 조성한다. 이곳에는 막걸리 연구소와 아시아 술산업 컨벤션센터, 술 문화공원이 들어선다.
구미에는 '국립하천연구공원', 성주 '낙동강 무릉도원 테마파크', 고령에는 '나루문화예술공원'이 자리잡는다. 예술공원에는 수상공연장과 예술인마을, 전통음악교육원, 숨길소리 다리 등이 조성돼 강 레포츠와 예술이 어우러지게 된다.
낙동강 지천도 본류와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배후에 전략적 거점을 조성, 자전거길과 도보길로 연결한다. 형산강 녹색파크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포항제철소 등 산업시설을 공원화하고 경주 양동마을도 문화공간으로 단장한다. 또 반변천과 감천, 내성천 등 경북의 지천도 전통마을을 거점으로 녹색체험 관광을 활성화한다.
낙단교와 구미대교 등 경관이 뛰어난 다리 주변은 예술과 문화교류의 관광지로 거듭난다. 또 강변에 버드나무와 포플러 등 나무를 심어 쉬면서 즐길 수 있는 수변마을을 조성한다. 여기다 하천 경관조례를 제정, 낙동강 주변의 경관관리구역을 지정하고 심의를 통해 무분별한 개발을 막는다.
민병조 경북도 낙동강살리기사업단장은 "인류 문명의 발상지는 강 주변이었다"며 "낙동강 연안 중심으로 친환경 수변도시가 조성되면 경북은 새롭게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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