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낮 서울 종로의 A극장 앞에서 고등학생 커플 박모(17)군과 이모(16)양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영화 '도가니'를 보러 왔다가 신분증 검사에 걸려 입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양은 "요즘 학교에서는 이 영화 이야기뿐이다. 오늘도 반 친구들 여러 명이 보러 갔는데 성공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광주 인화학교 청각장애학생 성폭행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2주 만에 관객 250만 명을 돌파하는 흥행 돌풍까지 일으키자 영화 홈페이지에 '도가니를 보고 싶다'는 청소년들의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이 영화는 19세 미만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라 청소년들은 원칙적으로 관람이 불가하다.
극장은 영화를 몰래 보러 온 청소년 관객을 단속하느라 비상에 걸렸다. 서울 종로의 B극장 매니저인 백모(32)씨는 "2주 동안 입구에서 돌려보낸 청소년만도 100여명"이라고 말했다. 신분증 검사가 심하지 않은 극장을 수소문해 영화를 보는 데 성공했다는 고등학생 백모(18)양은 "친구들 대부분이 책이나 인터넷으로 내용을 다 알고 있다. 사회적 이슈인데 청소년들만 보지 못하게 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인터넷 상에는 '도가니 몰래 보기 비법'까지 나돌고 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다른 영화 표를 끊고 입장한 뒤 다시 화장실을 가는 식으로 '도가니' 상영관에 들어가기', '비슷한 외모의 형 언니 신분증 가져 가기', '부모님 스마트폰으로 영화표 발권해 신분증 검사 피하기' 등 수법도 각양각색이다.
민원이 빗발치자 제작사는 영화의 폭력적인 장면을 일부 삭제해 '15세 관람가'로 재개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