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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렙 입법 표류/ 종편 독자 광고영업 시동…9미디어 생태계 약육강식의 정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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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렙 입법 표류/ 종편 독자 광고영업 시동…9미디어 생태계 약육강식의 정글로

입력
2011.10.0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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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 정부도 손을 놓았다.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 입법이 기약 없이 늦어지면서 미디어 생태계는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정글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방송광고영업은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독점대행체제 위헌 결정 이후 3년 가까이 대체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무법 상태다. 종합편성(종편)채널 사업자든, 지상파 사업자든 개별적인 광고영업에 나서더라도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12월 출범을 앞둔 종편 사업자들은 이미 광고 직접영업 시동을 걸었다. 5일 채널A(동아일보), 6일 jTBC(중앙일보)가 광고주와 광고회사 관계자들을 불러 설명회를 연다. MBN(매일경제)과 TV조선(조선일보), 보도전문채널 연합뉴스TV도 이달 중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더욱이 지상파 MBC와 SBS도 자사렙 설립 추진에 나섰다.

핵폭탄급 파장 부를 MBCㆍSBS 독자영업

SBS의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는 7월 코바코 직원 등을 스카우트해 'MR(미디어렙) 설립기획단'을 꾸렸으며, 지난달 27일에는 코바코에 "자체 미디어렙을 세우기 위한 인력과 시스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겠다"고 사실상 독자영업을 통보했다. MBC도 지역MBC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한편 자사렙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MBC와 SBS의 광고 독자영업 추진은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이미 전체 가구 중 90% 이상이 케이블ㆍ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에 가입해 있어 '돈줄'인 광고시장에서 더 이상 지상파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바코에 따르면 2010년 지상파TV의 광고비는 2002년에 비해 19.2%나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케이블TV 광고비는 458.4%의 급성장을 보였다.

지상파가 방송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지만, 하향추세를 보인지 오래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0년 방송광고수익은 총 3조3,414억원으로, 매체별로는 지상파가 66.3%인 2조2,162억원을 차지했고,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9,862억원,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1,112억원, 위성방송 156억원, 위성DMB 45억원, 지상파DMB 77억원 등이다.

더 큰 문제는 광고시장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종편 사업자를 4개사나 선정하면서 KBS처럼 수신료를 받지도 않는 MBC와 SBS가 뒷짐만 지고 있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광고전쟁에 뛰어들면서 이전투구는 더 심화할 전망이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SBS의 자사이기주의 행태가 MBC에까지 이어져 미디어 생태계를 위험한 국면으로 몰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종편의 약탈적 광고유치 경쟁 우려

지난달 26일 열린 방송독립포럼에서 신태섭 동의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종편이 지상파 수준의 시청률(평균 4~5%)을 거두며 안착할 경우 1사당 5,000억원씩, 4개사가 총 2조원이 넘는 광고를 잠식할 것"이라며 "국내 광고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정상정인 방법으로는 조달할 수 없어는 규모"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결국 약탈적 수준의 광고유치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계와 언론계에서 종편을 미디어렙에 묶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종편 4사의 광고수입 전망은 미디어렙법 포함 여부, 시청률 추이 등 변수가 많아 전문가마다 추정이 엇갈린다. 종편이 YTN 수준의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보고 첫 해 0.5~1% 정도의 시청률을 올린다는 전제로 추산한 수치는 4사를 합쳐 6,000억원(박현수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에 이른다. 광고계에서는 새 매체가 생기면 창업 프리미엄 등으로 시장가치보다 높은 광고비를 몰아주는 관행상 종편이 개국 초기 광고시장을 싹쓸이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YTN이 24시간 뉴스채널로 궤도에 오른 2001년 시청률 0.1%당 광고비는 190억원으로, 지상파 3사 평균(101억원)의 2배에 달했다. 종편이 이런 전례를 들어 광고주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종편 1,2곳은 출범 3~5년 안에 자본금 잠식으로 문을 닫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따라서 종편이 초반 광고영업에 더 공격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시청률 과당경쟁으로 선정주의 상업주의로 치달을 위험도 크다. 이미 jTBC는 출범과 함께 방송할 오디션 프로그램의 상금으로 100만달러를 내걸어 돈 경쟁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종교ㆍ지역방송은 고사 위기

코바코는 그간 종교방송이나 지역방송 등 취약매체의 광고 연계판매를 통해 매체 다양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코바코에 따르면 지난해 기독교방송, 불교방송, 평화방송 등 5개 종교방송의 광고 매출 573억원 중 연계판매가 460억원으로 80%를 넘는다. OBS 등 지역방송도 지난해 652억원의 광고 매출 중 75%인 488억원이 연계판매를 통한 수입이었다.

그런데 미디어렙법 입법 지연 속에 힘 있는 방송사들이 저마다 독자 영업에 나설 경우 군소방송들은 보호 울타리를 잃게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틈 날 때마다 "방송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더불어 방송의 다양성을 강화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종편 도입에 따른 후속 대책 마련은커녕 군소방송을 위기로 내몰고 나아가 방송의 다양성을 위축시키는 결과만 초래하게 된 셈이다.

최근 박현수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광고업계(광고주 131명, 광고회사 59명)를 대상으로 종편 출범 이후 광고시장 변화를 조사한 것을 보면, 종편이 중소 PP와 신문 등 취약매체의 광고수입 상당 부분을 떼어갈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종이신문 광고비는 17%(2,794억원), 중소 PP는 17%(304억원), 지상파 계열 PP 및 유료 MPP(복수채널사용사업자)는 12%(868억원)가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김영곤 언론노조 울산방송지부장은 "미디어렙 법안이 제정되지 않는다면 언론은 광고주의, 광고주에 의한, 광고주를 위한 것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머지않아 광고주가 직접 구체적 내용까지 지정해 주는 압박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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