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법안 처리에 손을 놓고 있다. 미디어 생태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종합편성(종편) 채널 출범을 목전에 둔 가운데, 여야간 견해차를 보이고 있는 것은 물론 한나라당 내 의견 조율조차 이뤄지지 않아 연내 입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일보가 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27명(서울시장 보선 출마를 위해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천정배 의원 제외)을 대상으로 미디어렙법 입법 방향에 관한 의견을 물은 결과, 문방위원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의 62.5%(10명)가 답변을 유보했다.
한나라당은 그간 미디어렙법과 관련한 당론조차 정하지 못해 종편 등의 개별 광고영업을 사실상 묵인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18대 국회 문방위에는 한나라당 16명, 민주당 7명, 자유선진당 2명, 창조한국당 1명, 미래희망연대 1명이 배정됐다.
국회의 '직무유기'로 인한 법 공백을 틈타 종편 사업자들은 물론, 지상파 MBC와 SBS도 자사렙 설립을 서두르고 있어 미디어 광고시장은 혼탁 양상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설문에 응답한 한나라당 의원 6명 중 5명은 미디어렙법의 핵심 사안인 종편의 광고 직거래 허용에 대해 찬성했다. 나머지 1명은 'MBC의 미디어렙 편입이 결정된 후 논의하자'는 의견을 냈다.
반면 민주당 의원 7명은 모두 종편의 광고 직거래를 금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비교섭단체 의원 4명 중에는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이 금지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나머지 3명은 답변을 유보했다.
언론노조 등 시민ㆍ언론단체는 "방송사들이 저마다 직접 영업에 나설 경우 방송의 공영성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며 결국 언론이 공멸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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