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3일 10ㆍ26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할 야권 단일 후보로 박원순 변호사가 선출되자 "해볼 만하다"는 반응부터 보였다. 한 당직자는 "박 변호사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어찌 보면 의외의 반응이다. '안철수 바람'이 불기 시작한 뒤 실시된 여론조사 가상대결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민주당 박영선 후보에게는 상대적으로 강했지만, 박 변호사에게는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그런데도 여당에서 "박 변호사가 오히려 해볼 만하다"는 반응이 나온 이유는 뭘까.
한 당직자는 "박 변호사는 나경원 후보와 여러 면에서 선명하게 대립 구도가 그어지기에 박영선 후보보다 상대하기가 수월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맞대결은 서울시장 직을 놓고 벌이는 여당 대 무소속간 첫 충돌이자 첫 남녀 대결이다. 이념적으로도 두 사람은 대척점에 서 있다.
박 변호사가 제대로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도 한나라당이 자신감을 갖는 대목이다. 한 당직자는 "박 변호사의 이력을 훑어보니 아름다운재단에 대한 대기업의 거액 기부를 둘러싼 논란은 오픈게임 수준"이라고 말했다. 선거전에 들어가면 박 변호사의 도덕성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태세다.
한나라당은 또 박 변호사가 별다른 준비 없이 선거에 뛰어든 미검증 후보라는 점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 지지층이 과연 경남 출신인 무소속 박 변호사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서겠는가 하는 점에도 일정 부분 기대를 갖고 있다.
물론 박 변호사를 야권 단일 후보로까지 만든 '바람'이 본선까지 계속 이어진다면 한나라당으로서도 쉽지 않은 승부를 펼쳐야 한다. 민주당이란 거대 정당의 벽을 사실상 박 변호사가 단신으로 넘어섰다는 것은 정치권의 커다란 지각 변동을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가 큰 틀에서 신(新) 정치 대 구(舊) 정치의 대결 구도로 흘러갈 경우 더욱 상황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또 민주당의 조직까지 더해지면 한나라당은 힘 한번 못 써보고 서울시장 자리를 넘겨줘야 할지도 모른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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