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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를 지켜라' 서 이미지 변신한 배우 지성/ "순수함을 끌어내준 작품…초딩 된것 같아 신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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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를 지켜라' 서 이미지 변신한 배우 지성/ "순수함을 끌어내준 작품…초딩 된것 같아 신났죠"

입력
2011.10.0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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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배우'. 지성(34)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표현이었다. 1999년 '카이스트'로 데뷔해 '화려한 시절' '올인'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뉴하트' '김수로' '로열 패밀리' 등 숱한 드라마에서 지성은 똑똑하고 성실하고 바른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그런데 세상에, 지성한테 이런 면이 있었다. 찌질하고 나약하고 인내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그야말로 '초딩'. 지성은 지난주 종영한 SBS '보스를 지켜라'에서 철부지 재벌2세 차지헌 역으로 지난 12년간 쌓아온 필모그래피를 전복할만한 방점을 찍었다. 2일 만난 지성은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처럼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방방 뛰어다니고 소리지르고 오랜만에 초딩이 된 것 같아 좋았다"며 "신나고 즐거웠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로열 패밀리'를 촬영하며 '끝나면 밝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생각하던 때에 '보스' 섭외가 들어왔어요. 한달 쉬고 바로 촬영에 들어가야 했지만 놓치고 싶지 않았죠." 그는 "좋다, 싫다를 숨기지 않고 짜증나면 '아, 짜증나'하고 말하는 만화처럼 순수한 캐릭터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외모에도 파격을 줬다. 옆머리를 바짝 치고 위만 펌을 한 헤어스타일은 화제가 됐다. "만화 '슬램덩크'의 송태섭 머리인데요, 가끔은 마이콜 머리가 되기도 하죠." 직함이 본부장이니까 수트를 입되, 운동화에 책가방 같은 백팩을 메고 학교 가기 싫은 아이처럼 걸음걸이도 바꿨다. 목소리도 하이톤으로 한껏 오버했다. "첫 대본 연습 때 온갖 오버를 다 하니까 박영규 선생님이 찌푸리면서 보시더라고요.(웃음) '쟤, 저렇게 연기해도 되나'싶으셨대요. 막상 촬영 들어가서야 안심했다면서 '잘 한다'고 메시지도 많이 보내주셨어요. 믿고 지켜봐 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지성은 이번 역할이 "연기 변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직 못 보여 준 게 많을 뿐"이라고 했다. "어느 연기학원 대표가 학생들에게 '지성이 저런 연기를 할 줄 누가 알았겠냐' 그러셨대요.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어, 나는 할 줄 아는데' 싶은 거죠. 사람들이 절 정석연기만 하는 배우라고 보시는 거 같아요."

지성은 나이나 연기 경력에 비해 꽤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다. "'올인' 할 때 이병헌 선배를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어요. 제대로 연기 공부를 하자 생각해서 '왕의 여자' 같은 사극이나 야성적인 캐릭터도 많이 했고, 맞지 않아도 저를 탈피하려는 시도를 계속했어요." 그래서 주변에서 '왜 자꾸 돌아가려 하냐'며 말리기도 했단다. 그는 "잃은 것도 있지만, 다양한 연기 경험이 쌓였으니 결과적으로는 만족한다"고 했다.

이번 드라마로 지성은 앞으로 행보가 더 궁금한 배우가 됐다. "악역은 어떨까요. 여자10명을 죽인 살인마 역할이 들어왔었는데…. 전 잘 할 수 있는데 사람들은 그렇게 안보는 거 같아요." 배우가 자신만의 이미지를 갖는다는 건 그만큼 유리한 지점이면서 동시에 한계이기도 하다. 그는 "맞지 않는 역할을 억지로 하기보다는 잘할 수 있는 걸 더 깊이 있게 다지고 싶다"고 했지만, 언제든 자신을 다시 변화시켜줄 작품을 찾는다고 했다.

극단에 들어가려고 알아보던 중 '카이스트' 송지나 작가의 눈에 띄어 연기를 시작한 지성은 빠르게 주연급 배우로 성장했다. 군복무를 제외하면 큰 공백기도 없이 달려왔다. 벌써 12년,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 지금 촬영장이 어느 때보다도 편안하다는 그는 의욕이 넘쳐 보였다. 올해 벌써 미니시리즈를 두 편 찍었지만 좋은 드라마나 영화 제의가 오면 언제든 응하겠다고. "끝나고 나니 가슴이 먹먹하더라고요. 초심이라면 초심이고, 순수한 마음을 한껏 끌어내준 작품이라 더 애틋해요. 안 그러면 어떻게 둘리 팬티를 입고 연기했겠어요. 그거 나름 노출신이었는데(웃음). 제가 차지헌을 참 좋아했나 봐요."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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