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째 표류해 온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여부가 조만간 결정된다. 6일 오후2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간 법적 불확실성 탓에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보류했던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3일 "법원 결정이 나면 외환은행 매각 문제를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 인수 유력
현재로선 지난해 론스타와 외환은행 지분 인수 계약을 맺은 하나금융의 인수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이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만일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와 론스타가 6일 유죄를 선고 받으면, 금융위는 은행법에 따라 론스타에 외환은행 지분 10% 초과분에 대해 강제매각 명령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론스타는 보유 중인 외환은행 지분 51.02% 가운데 41.02%를 팔아야 한다.
문제는 매각 방식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0일 국정감사에서 "은행법에 론스타의 지분 매각 방법을 정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론스타가 이미 계약을 체결한 하나금융에 모든 지분을 넘겨도 위법은 아니라는 얘기다.
외환은행 노조와 시민단체 등은 '징벌적 매각 명령'을 통해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을 공개 시장에서 내다팔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금융위는 외국 자금에 대한 차별이라는 이유로 이 방안을 채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일 무죄가 선고되면 더더욱 하나금융 측에 무게가 실리게 된다. 대주주 자격의 적법성을 인정받은 론스타가 계약 대상인 하나금융에 지분을 인도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안 되기 때문이다. 결국 론스타의 유ㆍ무죄 여부를 떠나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셈이다.
인수가격 최대 변수
그래도 변수는 있다. 바로 인수 가격이다. 지난달 30일 현재 외환은행의 주가는 7,020원. 하나금융이 7월 론스타와 계약을 연장하면서 합의한 주당 1만3,390원의 반토막 수준이다. 현 주가를 기준으로 한 인수 가격은 약 2조4,000억원이지만, 하나금융이 론스타와 계약 조건을 갱신하지 못하면 4조4,000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최근 "시장이 크게 변했고 모든 게 시장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라고 말해 재협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2조원의 이익을 포기할 리 만무하다. 앞서 2008년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맺었던 HSBC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유로 가격을 낮추려다 론스타가 반발하자 인수를 포기했다.
만일 론스타가 기존 계약대로 4조4,000억원을 고스란히 챙길 경우 국부 유출이라는 비난 여론이 비등할 수밖에 없다. 하나금융이 이를 무시하고 인수를 강행할지, 또 금융위가 인수를 승인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치권의 반발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하나금융과 론스타 계약의 원천 무효를 주장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은 판결 다음날인 7일 금융위 국감에서 국부 유출 문제를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론스타 측이 유죄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거나 무죄가 났을 경우 검찰이 상고할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 대법원이 이를 기각하지 않고 재차 파기환송 심리를 할 경우 '사법부의 판단 이후'라는 빌미를 다시 제공하는 셈이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판결과 상고 문제를 감안해서 종합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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