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권력주변 비리 폭로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혼미한 상황에 빠져 들고 있다. 이 회장은 검찰의 두 번째 소환 조사에서도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명확한 증거자료를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검찰이 "구체적 자료나 증거의 뒷받침이 없다"며 기소와 공소유지 가능성 등 수사 실익을 의심하는 반응을 보인 이유를 수긍케 하는 정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 회장에게서 향응을 받았다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이 도리어 여러 반박자료를 제시, 이 회장 주장의 설득력이 약화한 상황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법무부장관에게도 회사 구명로비를 했다고 주장했으나 역시 권 장관 측의 반박만 있을 뿐 뚜렷한 연결고리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로선 신재민 전 차관에 대한 거액의 금품제공 사실만 구체적으로 드러난 모양새다. 물론 이 부분도 법인카드 사용자의 서명 확인 등을 통해 입증돼야 한다.
검찰은 이처럼 지지부진한 수사 상황과 갈수록 의혹을 키우는 국민 정서 사이에 끼어 난감한 처지에 놓인 형국이다. 게다가 신 전 차관의 경우 금품수수 사실을 확인한다 해도 대가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배임 또는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하기가 간단치 않다. 이 회장 스스로 자신의 잇단 비리 폭로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주장의 진실성과 진정한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비춰 지금껏 그의 주장을 경쟁적으로 전한 언론도 비판적 검증 쪽으로 보도 중심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부산저축은행 사건 등에서 드러난 돈과 권력의 야합, 줄대기가 도처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켰다. 이것만으로도 국민이 느끼는 박탈감과 배신감은 크다. 그러므로 이번 사건의 실체를 명명백백하게 규명하는 수사는 좁은 법적 실익 측면을 넘어 더 큰 사회적 실익 차원에서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검찰의 흔들림 없는 진실규명 의지를 재차 촉구하는 이유다. 국민적 의혹을 반드시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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