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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홍준표와 류우익의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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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홍준표와 류우익의 합창

입력
2011.10.0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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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류수(洪昌柳隨)의 모양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류우익 신임 통일부장관이 주거니 받거니 대북 유연성의 화두를 끌어가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달 30일 한나라당 대표로서는 처음 개성공단 방문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대북정책을 엄격한 상호주의에서 유연한 상호주의로 전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류 장관은 남북관계 발전위원회 민간위원들과의 만찬 간담회에서 "내 이름이 류연성으로 바뀌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취임 후 줄곧 대북 방법론적 유연성을 입에 달고 사는 그다.

끌고 밀어주는 대북정책 유연성

홍 대표는 지난달 7일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유연한 대북 접근을 강조했다. 북핵 문제와 천안함ㆍ연평도 사건 등 정치군사 문제가 답보상태인 만큼 남북경협과 인도적 지원의 활성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 우회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대북 강경기조를 주도한 현인택 통일부장관 교체를 밀어붙여 실용ㆍ대화론자인 류 장관 발탁 여건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홍 대표와 류 장관이 정부 대북정책 변화에 관한 한 인식과 목표를 공유한 특별한 관계일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대북 유연성 합창은 아직까지는 정부 내에서 울림이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두 차례 남북 비핵화 회담과 북미 대화, 대북 인도적 지원 확대, 7대 종단 지도자 방북 등 일련의 대화 분위기와 맞물려 추동력을 받을 법도 한데, 남북 당국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홍 대표의 대북 행보를 정치성 이벤트로 치부하며 뜨악해 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보수 강경파 진영은 홍 대표와 류 장관의 유연한 대북 접근에 강한 경계심을 표출하며 대북 원칙 고수를 외친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등과 관련한 북한의 변화 기색이 없는데 5ㆍ24 조치 등을 섣불리 해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끝까지 원칙을 고수하고 대북 정책 변화는 차기 정부에 맡기자는 주장도 상당하다. 하지만 다음 정부가 출범하고 전열을 재정비해 본격적인 대북정책 추진에 나서려면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야 한다. 북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는 그렇게 한가하게 다룰 일이 아니다.

현 정부가 그랬듯 새 정부가 지난 정부의 대북정책을 깡그리 뒤집을 경우 혼선과 낭비를 피하기 어렵다. 북한이 새 정부와의 협상에 순순히 응하리라고 기대하기도 힘들다. 미국 오바마 정부 출범 후 북한이 2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상황을 더욱 꼬이게 했던 것과 같은 행태를 보이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북한의 우라늄 원심분리기는 계속 돌아가고, 북한 경제의 중국 예속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대북 강경대응 고수를 외치는 데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호도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아 보인다. 그 동안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태로 치달아온 것은 북한의 대책 없는 도발과 호전성 탓이 크다. 하지만 무작정 북한의 선 변화를 기다리며, 다른 한편으론 끊임 없이 북 체제 붕괴를 추구한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상황 관리를 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도 작다고 할 수 없다. 이제라도 지난 정책의 냉정한 반성 위에 새로운 대북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차기 정부로 이어질 새 틀 짜야

이명박 정부에 보수지지 세력의 정서와 요구를 외면하고 180도 다른 대북정책을 펴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정한 신뢰기반 위에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교한 틀을 짜는 것은 이 정부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남ㆍ북ㆍ러 가스관 연결은 안전장치만 확보하면 남북간 신뢰와 상호 이익을 끌어낼 사업이다. 북한이 이를 통해 얻는 이익이 크면 클수록 도발 유혹을 뿌리치고 변화의 길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다음 정부에도 단절 없이 계승될 수 있는 대북정책의 새로운 틀을 짜야 할 때다. 홍 대표와 류 장관의 유연성 합창이 바로 이 같은 틀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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