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셋값 상승세가 추석 이후 다소 주춤해졌다. 전ㆍ월세 수요 가운데 일부가 매매로 돌아서려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전세난이 진정세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낙관론을 제기한다. 하지만 전세물량 부족이라는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기 때문에 수요가 몰리는 겨울방학이 되면 전세난이 다시 가중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3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지역 전셋값 주간변동률이 추석(9월 12일) 전주에 0.02%(지난달 9일 조사) 떨어진 이후 0.03~0.08% 소폭 상승하는 수준의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수도권지역도 7월 마지막 주 0.69%나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추석 이후 보합세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조사 결과에서도 9월 마지막 주(24~30일) 서울(0.03%), 신도시(0.00%), 수도권(-0.15%) 모두 전셋값이 주춤하는 양상이다. 실제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서울에서 전셋집을 찾는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전셋값이 소폭 하락하는 추세다.
한때 2억7,000만원을 호가하던 길음뉴타운 6단지 79㎡(공급면적) 전세의 경우 현재 2억5,000만~2억6,000만원에 거래되고 있고, 8월 4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대치동 삼성아파트(85㎡)도 여전히 그 수준에서 전세매물이 나오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팀장은 "추석 이후 전세 수요가 조금씩 줄면서 자연스레 거래도 줄어들고, 가팔랐던 전셋값 상승세도 주춤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셋값이 보합세를 유지하자 서울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가도 떨어지고 있다. 9월 마지막 주 재건축을 포함한 전체 아파트 가격은 강남(-0.20%), 송파(-0.10%), 서대문(-0.04%), 양천(-0.04%)구 순으로 내렸으며, 특히 개포동 주공아파트는 최대 9,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전ㆍ월세 수요 중 일부가 매매로 돌아섰다는 방증도 나타나고 있다. 이날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무주택 가구가 주택을 처음 구입할 때 최대 2억원까지 빌려주는 국민주택기금 생애최초 주택자금 9월 대출실적(1~26일)이 229건, 150억9,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8월 평균 실적(225건ㆍ119억9,200만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요건을 강화하자, 전세난에 시달리던 세입자들 중 일부가 아예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생애최초 주택자금 대출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가을 이사철이 마무리되면서 전세시장이 다소 안정되는 양상이지만, 수급 불균형이라는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부동산연구소장은 "전세물량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한 겨울 이사철이 다가오면 전세난이 다시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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