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막대한 이익을 거둔 은행들이 글로벌 경제위기 와중에도 3분기에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은행권의 순이익 규모가 무려 2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가계빚 규제 강화를 빌미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려 예대마진을 크게 불린 것이 주요 요인이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정한 우리ㆍKBㆍ신한ㆍ하나금융지주와 기업ㆍ외환ㆍ대구ㆍ부산은행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ㆍ은행 8곳의 3분기 당기순익은 3조2,000억원에 이른다. 은행권의 3분기 순익이 3조원을 돌파하는 건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3조2,000억원) 이후 4년 만이다.
증권사들은 이런 추세가 4분기까지 이어질 경우 18개 은행의 올해 순익이 지금까지 사상 최대였던 2007년 15조원을 뛰어넘어 20조원에 육박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은행들은 이미 올 상반기 1분기 4조5,000억원, 2분기 5조5,000억원 등 총 10조원의 순익을 기록한 상태다.
문제는 은행들의 '나홀로 호황'이 주택담보대출 등 주로 서민의 이자부담 증가에 힘입은 것이라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8월 이후 가계대출 총량이 늘지 않도록 은행권 압박 강도를 높였고,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높이는 방법으로 그 부담을 가계에 떠넘겼다. 실제 신규 가계대출 금리는 7월 연 5.46%에서 8월 5.58%로 한 달 새 0.12%포인트나 올랐는데, 이는 올 1~7월 6개월간 대출금리 상승폭(0.16%포인트)에 근접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신규 저축성예금 금리는 연 3.79%에서 3.76%로 0.03%포인트 떨어졌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예대마진이 너무 크면 은행을 이용하는 일반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돈이 불공정하게 은행에 이전되는 만큼 바람직하지 않다"며 "적정 예대마진이 형성되도록 당국과 은행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은행이 순익의 일정 부분을 서민대출 보증에 쓰도록 하는 등 과도한 이익을 환원토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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