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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커다란 플라타너스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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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커다란 플라타너스 앞에서

입력
2011.10.0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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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프트럭 앞에서 짐자전거가 앞만 보며 달린다갓길 없는 좁은 이차선 도로아무리 빠르게 페달을 밟아도느릿느릿 돌아가는 자전거 바퀴사자 아가리 같은 경적이 쩌렁쩌렁 울며 뒷바퀴를 물어도헛바퀴만 돌리며아직도 커다란 플라타너스 앞을 지나가고 있는 자전거

자전거를 삼킬 듯 트럭은 꽁무니에 붙어서 오고거대한 코끼리 한 마리 줄에 달고 가듯 바퀴는 한적하고발과 페달은 자전거 바퀴보다 빠르게 돌아가고

● 언뜻 보기에 이 풍경은 어떤 공포를 체험하도록 그려져 있는 것 같습니다. 짐을 가득 쟁인 자전거로는 속도를 내기 힘들어요. 페달을 아무리 열심히 밟아도 바퀴는 느리게 돕니다. 그런데다가 덤프트럭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자전거를 쫓아옵니다. 경사진 곳으로부터 덮칠 기세로 굴러 떨어지는 돌덩어리처럼 말입니다. 결국 추월이 일어나고 자전거는 종이처럼 납작하게 구겨지게 될까요?

시 속에서는 무서운 일이 결코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왜냐구요? 트럭과 자전거 사이에 플라타너스가 솟아오르고 있으니까요. 푸른 나무의 모습은 속도가 전혀 없는 사물의 고요하고 울창한 아름다움을 우리의 바쁜 마음 가운데 깊이 세워놓습니다. 더 이상 자전거의 속도에 조바심치지 않을 겁니다. 천천히 갈 거예요. 답답해도 트럭 운전사는 참아야만 합니다. 커다란 플라타너스 앞을 지나갈 땐 누구나 그래야 합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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