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저녁 이란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의 일반인 대상 시사회가 열린 서울 돈의동 한 극장에서 진기한 풍경이 벌어졌다. 시사회 응모 이벤트에 당첨된 관객 중 불참하는 경우가 많아 좌석의 110% 정도 당첨자를 뽑았는데, 평소보다 많은 당첨자들이 극장을 찾으면서 소동이 벌어졌다. 시사회 좌석을 배정 받지 못한 관객들을 달래느라 수입사 직원은 진땀을 빼야 했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대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했고, 전주영화제 개막작으로도 선정된 수작. 그러나 예술성 강한 제3세계 영화라 이날 구름 관객은 예상 밖이었다. 수입사 관계자는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트위터 등에 영화가 좋다고 소개돼 그런 듯하다"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도가니' 트위터 효과 톡톡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충무로 흥행을 좌지우지하는 매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SNS에서 얼마나 많이 언급되었는지, 유명인이 영화에 대한 호평 글을 올렸는지가 흥행의 바로미터로 해석되고 있다.
최근 흥행 돌풍과 함께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도가니'가 대표적이다. '도가니'는 청각장애학생들에 대한 폭력과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을 담은 불편하고 어두운 영화라 흥행을 낙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개봉해 2일까지 이 영화를 본 관객은 당초 예상보다 많은 250만1,300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다. 인화성 강한 소재가 트위터 등 SNS와 만나면서 상승효과를 일으켰다는 게 영화계의 분석이다.
3일 트위터 분석 서비스 사이트 트렌드시크에 따르면 '도가니'의 트위터 언급 빈도는 기자 시사회(9월5일) 이후 조금씩 늘더니 개봉 직후 급증세를 보였다. 9월 3~10일 321회이던 주간 언급 빈도는 일주일새 8,934회(10~17일)로 크게 늘었고, 영화가 개봉한 주(17~24일) 3만1,575회로 껑충 뛰었다.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호평이 잇따르면서 24일~10월1일 언급 빈도는 9만189회에 달했다. '도가니'의 투자배급사인 CJ E&M 영화부문의 배수정 미디어마케팅 팀장은 "'도가니'의 초기 돌풍에 트위터 등 SNS가 큰 역할을 했다. 원작자인 공지영 작가를 비롯해 영향력 있는 트위터 이용자들이 적극 언급하면서도 효과가 더 컸다"고 말했다.
유명인 SNS 한마디에 목매
SNS가 위력을 드러내면서 영화사들도 SNS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려 하고 있다. 특히 일반인보다는 파급 효과가 큰 유명인의 영화에 대한 호평 한마디에 목을 매고 있다. 제작사가 영향력 있는 명사들을 섭외해 긍정적인 글을 쓰게 하라고 홍보대행사에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영화홍보마케팅 회사 영화인의 신유경 대표는 "사회의 흐름을 이끌 수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불을 지피고 그들의 팔로워들이 그걸 확산시키면 대세가 되고 힘이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작ㆍ배급사 입장에서 SNS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좋은 영화 더 살려주고 뭔가 있는 척하는 영화의 싹을 자르는 무서운 아이"(신유경 대표)라는 분석이 따른다. SNS는 좋은 영화의 미덕뿐 아니라 완성도 떨어지는 영화를 약점을 예전의 입 소문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전파한다. 배수정 팀장은 "SNS는 어떤 의도대로 움직여지는 게 아니다. 영화가 완성도 높고 재미와 함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마케팅 도구로서 SNS의 활용도도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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