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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NIE] 한국일보 9월 5일자 28면 '우사인 볼트 인터뷰' 기사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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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NIE] 한국일보 9월 5일자 28면 '우사인 볼트 인터뷰' 기사를 읽고

입력
2011.10.0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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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 요약

자메이카의 육상 선수인 우사인 볼트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가 자신의 목표인 ‘전설’이 되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앞으로의 시즌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자메이카의 단거리 라이벌인 미국이 400m 계주의 바통 터치 과정에서 실수한 것을 안타깝게 여기며, 비록 다른 팀이지만 동료 선수가 부상당한 것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볼트는 세계선수권대회 자체가 매우 즐거웠으며 순간순간이 즐겁고 팬들에게도 감사했다고 말했다.

▦ 더 생각하기

-기사 속의 볼트, 영화 ‘세 얼간이’의 란초와 같은 ‘느린 삶’은 현실에는 맞지 않는, 도태할 수 밖에 없는 삶일까?

-진정한 경쟁의 의미는 무엇일까?

-최근 유재석과 이적이 불러 인기를 끈 가요 ‘말하는 대로’의 가사 중 “앞만 보고 달려 너의 길을 가”처럼 과연 ‘앞만 보고 달리는’ 삶은 행복할까?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 나의 생각

우리는 흔히 인생을 달리기에 비유한다. 달리기 경주에서는 결승선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하듯 우리도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린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달리는 사람은 친구가 아닌 경쟁자일 뿐이다. 또한 사람들은 그저 목표에 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되도록 남들보다 빨리 도달하길 원한다. 그러나 기사 속의 우사인 볼트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조금 다른 일등의 모습이다.

평소보다 저조한 성적이었음에도 실망하지 않고 도리어 자기 성장의 좋은 기회가 되어 기쁘다는 모습과 바통터치 실수로 부상을 당하고 끝까지 함께 달리지 못한 경쟁자를 걱정하는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등의 모습과는 다르다. 나 또한 최대한 빨리 내가 목표로 삼은 것에 도달하고 싶어 했고 이미 그것을 이룬 사람들을 늘 부러워했기에 그의 이런 모습이 의아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 한 영화를 보면서 진정한 ‘일등’과 경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세 얼간이’는 2009년에 인도에서 개봉한 영화이다. 명문 대학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우리의 현실과도 무척 비슷하다. 좋은 성적과 취업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 대학 총장은 신입생들에게 인생은 레이스이며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할 것을 요구한다. 그에게 ‘친구’는 그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경쟁자일 뿐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인 란초에겐 그 무엇보다도 친구가 중요하다. 자신의 시험보다도 병원에 있는 친구의 아버지를 더 걱정하고 친구의 자살 앞에 분노하며 반항하기도 한다. 그에게 친구는 경쟁자라기보다는 같은 길을 걸어가며 함께 고생하는 벗이다. 란초에게 목숨을 건 각오와 노력은 스스로 자신의 결점을 고쳐가기 위한 것일 뿐 친구를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에게 인생은 달리기 경기보다는 여행길과 더 유사하다. 함께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을 이기고 먼저 가는 것이 아니라 길 위에서의 힘든 순간을 이겨내고 사람들과 돕고 손을 잡고 함께 걷는 것이다. 다만 이런 느린 삶은 경쟁 위주의 세상에서 낙오하게 만든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느린 삶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경쟁에서도 유리하리라고 생각한다. 살벌한 경쟁은 사람을 각박하게 만들고 지치게 한다. 끝없는 비교 속에서 자존감과 자기애를 잃게 된다. 그런 속에서 경쟁에서 이기게 된다 하더라도 이미 자신은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을 것이다. 반대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은 지금은 느릴지라도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지치지 않고 계속 걸어 나갈 수 있게 할 것이다. 지치고 힘든 순간에 나를 더 힘들게 몰아세우는 것이 아니라 위로받고 응원 받으며 나아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대구세계육상선수권의 여자 마라톤 경기에서 케냐의 한 선수가 넘어졌을 때 페이스 조절을 위해 함께 뛰던 다른 선수들이 멈춰 서서 일으켜주고 다시 함께 뛰었다. 모두의 호흡이 깨질 수도 있는 위험한 선택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결국 넘어진 선수, 일으킨 선수 모두 메달을 따게 되었다. 결코 느린 삶이 실패의 삶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떠한가. 최근 우리 반에 새로 전학생이 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미리 그 친구를 보고 온 친구에게 내가 먼저 물어본 것은 외모와 성적에 관한 것이었다. 외모는 그저 궁금증에서 때문이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성적에 대해 물은 것은 경쟁심과 위기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스스로 그런 질문을 하면서도 자괴감을 느꼈다. 언제부턴가 전학생이 올 때면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는 생각 보다는 이겨야 할 상대가 늘어난다는 생각에 경계하기만 했던 것 같다. 친구가 경쟁자가 되는 순간, 결코 나는 즐거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 스스로를 재촉한 것이다. 나를 힘들고 지치게 한 것이 결국에는 나 스스로인 것 같아 미안하다. 모두가 경쟁하는 분위기에서 나도 볼트처럼 마음을 잘 다스리고 살아간다면 충분히 더 기쁘고 즐겁게 발전해 나가고 모두와 함께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최민진(서울 문영여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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