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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대 대학원생이 전하는 월가 시위/ "많은 것 요구한다고 생각안해…집세와 먹을거리 걱정 안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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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대 대학원생이 전하는 월가 시위/ "많은 것 요구한다고 생각안해…집세와 먹을거리 걱정 안했으면"

입력
2011.10.0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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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시 맨해튼에서 1일(현지시간) 벌어진 반 월가 시위 현장에는 20대 여성 에린 라킨스도 있었다. 그는 과거 같으면 장래를 보장받았을 컬럼비아대학원생이다. 월가 시위대가 비판하는, 탐욕스럽고 부패한 1%에 낄 가능성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에린은 대출로 학비를 충당해온 탓에 13만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 경제 여건을 볼 때 취업이 쉽지 않거니와 운이 좋아 직장을 구해도 빚을 갚느라 한동안 허우적거릴 게 틀림없다.

월가 시위대의 중심에는 에린처럼 현실에 좌절한 젊은이들이 있다. 명문대를 나와도 실업자 혹은 저임금 노동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청년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9.1%)의 2배를 넘고 대학생 1인당 평균 2만5,000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

친구 권유로 시위에 참가했다는 에린은 자신이 시위대에 합류한 것이 매우 기쁘다는 소감과 함께 시위대의 분위기를 담은 이메일을 AP통신에 보냈다.

뉴욕증권거래소 근처 주코티 공원에서 노숙하는 월가 시위대는 매일 한두 차례 자유발언을 통해 다양한 이슈들을 이야기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 자신들의 생각을 밝히고 토론하지만 의견을 모을 때는 정해진 수신호로 찬성과 반대 의사를 표현한다.

유전자 변형 식품 반대 주장까지 등장하면서 시위대가 저항, 투쟁의 방향을 아직 확실히 정하지 못했다는 진단이 나오지만 에린의 편지를 보면 그들이 어떤 생각에서 시위에 참여했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에린은 "우리가 많은 것을 요구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날마다 아침에 일어나 집세를 낼 수 있을지, 다시 형편 없는 식사를 해야 할지 하는 걱정을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이슈에 공감해서가 아니라, 기본적 삶을 걱정 없이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위에 참가했다는 것이다.

에린은 "(여기에 있는) 그 누구도 변화가 바로 오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적어 혁명적인 변화의 가능성은 높지 않게 보았다. 그래도 에린은 "내 생각에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단지 대중이 좀 더 각성하길 희망하고 있다"며 "우리가 목소리를 높이면 높일수록, 세계를 변화시킬 힘을 가지고 있는 대중이 더 많이 듣게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말로 사람들의 각성과 동참을 기대했다.

에린 같은 사람이 속속 합류하면서 월가 시위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지역 시위를 조직하기도 한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추운 날씨만이 시위를 중단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AP통신은 앞으로 2, 3주 사이에 시위대가 보다 더 조직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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