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골프 신동으로 불렸다. 미국의 아마추어 무대에서 각종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프로에서도 곧 우승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번번이 우승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는 백혈병으로 쓰러졌다. 하지만 그는 다시 일어섰고, 211번째 도전 만에 최고의 자리에 우뚝섰다.
재미동포 나상욱(28ㆍ타이틀리스트)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데뷔 7년 만에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나상욱은 3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서머린TPC(파71ㆍ7,223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가을시리즈’ 저스틴 팀버레이크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 최종일 4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보기 2개로 6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 합계 23언더파 261타를 적어낸 나상욱은 동반플레이를 펼친 닉 와트니(미국ㆍ21언더파 263타)를 2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상금은 75만6,000달러(약 8억9,100만원).
210번 쓰러졌지만 211번 일어났다
나상욱은 앞서 2005년 FBR오픈과 크라이슬러 클래식, 지난해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등 3차례나 챔피언 타이틀을 눈앞에 뒀으나 뒷심부족으로 준우승에 그쳤다. 나상욱은 그러나 211번째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나상욱은 이로써 2013년까지 PGA 투어 출전권을 확보했고 이번 시즌 상금 랭킹도 33위(225만9,465달러)로 뛰어올랐다.
나상욱은 “어제 밤에도 2위로 대회를 마치는 악몽을 꿨다. 힘들지 않았던 대회가 없었지만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 모든 사람이 우승을 기대했는데 이제야 우승했고 정말 홀가분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승부처는 17번홀 13m버디퍼팅
나상욱의 생애 첫 우승길도 순탄하지 않았다. ‘장타자’ 와트니와 공동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선 나상욱은 초반부터 버디를 주고받으며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전반을 2타 앞선 채 끝냈지만 와트니의 후반 반격이 만만치 않았다. 와트니는 13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1타차로 쫓아왔고 나상욱은 14번홀(파3)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리는 바람에 1타를 잃어버렸다.
다시 공동 선두를 허용한 나상욱은 15번홀(파4)에서 17번홀(파3)까지 3개홀 연속 버디를 낚아 승기를 잡았다.
승부는 나상욱이 1타 앞선 17번홀(196야드)에서 갈렸다. 나상욱이 티샷한 공은 홀컵 12m98을 남겨두고 멈췄다. 반면 와트니는 홀6m4에 붙이면서 다시 동타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나상욱은 기적을 만들었고 와트니는 다 지은 밥에 재를 뿌렸다. 나상욱이 12.98m 더블 브레이크가 있는 S자 라인의 버디 퍼팅을 성공시킨 데 반해 와트니는 버디에 실패하고 파에 그쳤다. 승부는 여기서 끝났다.
나상욱은 “와트니가 17번홀 티샷을 너무 잘해서 이 퍼트를 꼭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17번홀 버디 퍼팅이 들어가는 순간 우승은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늦깎이 우승을 신고한 나상욱은 7일부터 열리는 PGA 투어 프라이스닷컴 오픈에 출전해 2개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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