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에 양지와 음지가 갈리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유럽과 미국의 경제 위기 탓에 수요는 줄어든 반면 중국을 중심으로 신생업체들이 급증, 공급은 넘쳐나면서 경쟁력 잃은 기존 태양광 업체들의 줄도산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선두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추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태양광 완제품이라 할 수 있는 모듈가격은 올 초 와트(W)당 1.80달러 선에서 1.14달러(9월 기준)로 폭락했다. 이런 가격폭락 여파로 미국 내 3위 태양광 모듈 회사 솔린드라가 최근 파산했으며 8월엔 미국의 태양전지 회사 에버그린솔라와 스펙트라와트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연 매출 20억달러가 넘는 독일의 태양전지 회사 큐셀은 올 상반기만 4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태양광 시장의 전망 자체가 어두워진 건 아니라는 게 대체적 평가. 미국의 그린에너지 전문 투자회사 윈드시아펀드의 닉 마커스 대표는 "업계에서 예상하던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한 시장 조정이 금융 위기로 빨리 찾아 온 것일 뿐 태양광 자체의 위기는 아니다"라며 "생산 규모와 품질, 가격에서 우위를 차지한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일부를 뺀 상당수 정부도 태양광 확대 계획을 내놓고 있다. 미국에서는 올 2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69%나 늘어난 314㎿ 규모의 태양광 패널이 새로 설치됐다. 시장조사기관 ABI리서치는 2013년 미국의 태양광 설비 규모는 약 5GW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대지진 이후 신재생에너지법을 마련한 일본은 내년부터 태양광 발전에서 만든 전기를 전력회사가 의무적으로 사도록 했고, 2020년 초반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 이상으로 올릴 계획이다. 중국 정부도 지난달 새로운 보조금 정책을 내놓으며 올해 내수시장을 약 2.5~4GW로 늘리고, 앞으로 10년 동안 해마다 5GW를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국내 대기업들도 2012년 이후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폴리실리콘-잉곳ㆍ웨이퍼-태양전지-모듈까지 일관 생산 체계를 갖추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한화는 이탈리아 북부 로비고 지역에 6㎿의 태양광 발전소를 완공, 이달 상업생산에 들어가며 한화케미칼과 한화인터내셔널은 미국 태양광 회사 2곳을 인수했다. 태양광 모듈 회사 한화솔라원은 900㎿ 규모의 중국 상하이 인근 공장의 생산규모를 올해 안에 1.5GW(세계 7위권)로 늘리고 있다.
LG, 삼성도 태양광 모듈의 생산 목표를 각각 1GW(2013년), 3GW(2015년)로 잡고 있다. SK는 지난달 600억원(5,000만 달러)에 미국 태양광 기술회사 '헬리오볼트'를 인수했다.
원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만큼 실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입증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기회 한 번 제대로 얻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잉곳ㆍ웨이퍼 분야 세계 5위의 넥솔론 김진 대표는 "2009년 금융 위기 때는 잉곳, 웨이퍼를 가격을 대폭 낮춰 공급하면 품질과 상관 없이 이를 사갔지만 지금은 품질이 안되면 찾질 않는다"며 "좋은 품질을 경제적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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