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서울시장 보선을 앞둔 한나라당이 딜레마에 직면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처지다. 무상급식 문제 때문이다. 사실 서울시장 보선은 무상급식 때문에 만들어졌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첨예한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무상급식에 관한 한나라당의 입장은 여전히 제각각이다.
나경원 서울시장후보는 1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 중곡초등학교를 찾아 이 학교 학부모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무상급식은 소득 상위 수준에 있는 분들에게는 드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된다면 시의회 및 교육청과 논의할 문제"라고 여지를 뒀지만,"무상급식 예산으로 (더 필요한) 다른 데 먼저 써야 한다"며 전면 무상급식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소득 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자'는 오세훈 전 시장의 방안을 사실상 계승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복지 당론을 만들고 있는 당 서민복지정책 TF의 생각은 다르다. TF는 무상급식을 소득 구분 없이 실시하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5일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시장후보와 당 복지 TF의 생각이 다른 셈이다.
당내 사정도 마찬가지다. "주민투표에 참여했던 25.7%의 유권자들을 다시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상급식에 관한 한 오 전 시장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당내에 적지 않다. 서울지역 친이계 의원 다수의 생각이 그렇다. 한 친이계 의원은 "한나라당이 이제 와 입장을 바꿀 경우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입장 전환"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크다. 특히 친박계쪽 생각이 그렇다. 친박계의 무상급식 입장은 "큰 틀에서 무상급식을 수용하되 지자체들의 판단에 맡기자"로 요약될 수 있다. 당 복지TF 방안과 맞닿아 있다.
때문에 나 후보가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을 끌어내려면 오 전 시장의 무상급식 안을 굳이 계승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나라당은 5일 무상급식을 포함한 복지 당론을 정할 계획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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