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등의 '공무원 밥상'마저 대기업 계열 식품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삼성, LG, 현대, 한화, 신세계, CJ 등 대기업들이 식자재 유통시장에 대거 진출해 중소 급식업체와 영세 식자재 업체들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2일 오제세 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 등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앙, 과천, 대전, 제주 등 4개 정부청사와 공공기관, 공기업 등 20여 곳이 대기업 계열사에 식당 운영을 위탁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평균 식사 인원은 3만여명에 달한다.
경찰청 산하 중앙경찰학교는 LG 계열 아워홈에 직원과 교육생 4,500명의 식사를 맡기고 있다. 또 기상청(급식인원 276명)은 신세계푸드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ㆍ1,500명)는 삼성에버랜드에, 한국가스공사(620명)는 한화호텔&리조트에 각각 급식을 위탁 중이다. 국방부도 도시지역 부대를 중심으로 군 장병의 식자재를 대기업에서 공급받는 반(半)위탁 급식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정부 부처와 공기업들은 공개경쟁입찰로 업체를 선정했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입찰방식 자체가 '진입장벽'이라는 지적이 만만찮다. 식품 전문가들은 단체 급식의 경우 소비자 선호도를 반영한 탄력적인 메뉴 운영과 효율적인 품질 관리 등 중소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라고 지적한다. 2009년 지역제한 경쟁입찰로 중소업체와 계약한 정부광주청사 식당은 '싸고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인근 직장인들이 매일 200여명씩 찾아온다. 청사 관계자는 "물가가 많이 올랐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어 3년 전 가격(3,000원)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대다수 중소업체들은 막대한 초기 시설투자비와 값싼 외국산 식자재를 무기 삼은 대기업에 밀려 시장 진입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실제 삼성에버랜드, CJ프레시웨이 등 상위 10대 업체의 2009년 매출액은 2조5,521억원으로 전체 급식시장(2조8,334억원)의 90%를 넘는다.
때문에 정부광주청사처럼 '제한적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중소업체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제세 의원은 "급식 운영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의 진출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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