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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초중고교 교사 430명 설문…초중고교 교사 3명중 2명 "수업준비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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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초중고교 교사 430명 설문…초중고교 교사 3명중 2명 "수업준비 부실"

입력
2011.10.0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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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페스탈로치의 열정으로 모든 아이들을 사랑하고, 인성교육에 힘쓰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하루하루 견디는 월급쟁이로 탈없이 하루를 보내자는 무사안일주의에 빠졌다."(대구 모초등학교 A교사)

"어느덧 입버릇처럼 '이거 시험에 자주 나오는 내용'이라고 말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시험과 상관없는 친구들도 많은데 말이다."(경기 모고교 B교사)

교사들이 흔들리고 있다. 상위권 학생들이 몰리는 교대와 사범대를 거쳐 교원 임용시험의 높은 경쟁률을 뚫은 상위 5%의 선택된 인재들만이 교사가 될 수 있지만 그들의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컸다.

교사가 말하는 교사의 현실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일보가 9월 27일~10월 2일 전국 초중고교 교사 43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교사들이 학교 수업준비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5.2%에 불과했다.

'별로 못한다'는 응답이 32.4%, '전혀 못한다'는 응답이 2%, '보통'이라는 응답이 30.4%로 교사의 기본인 수업 준비가 부실하다는 응답이 64.8%에 달했다.

하루 평균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은 8~10시간(48.6%)이 가장 많고, 10~12시간(37.4%), 13~15시간(11.5%) 등으로 근무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지만 수업 준비에 하루 1시간도 채 쓰지 못하는 교사가 10명 중 8명('30분 이내'가 28.6%, '30분~1시간' 55.9%)이었다.

절반이 넘는(55%) 교사들은 수업시간 외 주된 업무로 공문처리를 했다. 수업준비 및 교재연구에 전념한다는 교사는 13.2%, 학생생활지도를 한다는 교사는 12.2%에 불과했다.

그만큼 처리하는 공문은 많았다. 올 1학기에 수령한 공문 수는 30건 미만인 경우가 23%로 가장 많았지만 101~200건을 수령한 교사도 19.5%였고, 심지어 200건이 넘는 공문을 받은 교사도 16.5%나 됐다. 교사들은 교원업무 정상화를 위해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부서의 신설(35.4%), 학급당 학생수의 감축(17.8%)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교사들은 '교사로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인성교육'(65.6%), '학생들의 역할 모델 제시'(18.2%), '우수 인재 발굴과 육성'(10.8%)이라고 답했지만 실제 큰 비중을 두는 것은 '수업준비와 교수법 개발'(49.8%), '인성교육'(28.8%), '진학지도'(8.9%)였다. 교사들은 자신의 역할을 '인성을 갖추도록 이끌 스승'으로 설정했지만 현실에선 '지식 전달자'에 그쳤고, 그나마 수업 준비도 불충분한 셈이다.

교사들이 수업의 질에 대해 스스로 매긴 점수는 평균 84.37점(100점 만점), 학생들과의 관계에 대해선 88.07점, 청렴도는 평균 96.92점으로 후했다.

교사들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로 공문 처리 등 교원 잡무, 창의적인 교육을 할 수 없는 학교 시스템 등을 지적했다. 하지만 무사안일로 표현되는 교사 자신들의 매너리즘도 큰 문제로 꼽았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는 "교사들은 학교의 정형화된 틀과 업무 처리 뒤에 숨어 정작 중요한 학생들의 교육 문제는 관심 밖의 일인 것처럼 행동한다. 스스로를 돌아볼 때 청렴도는 100점이지만 수업의 질은 50점"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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