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유력한 서울시장후보인 박원순 변호사가 상임이사를 맡은 아름다운재단에 대한 대기업의 거액 기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박 변호사와 함께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던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연일 기부금 관련 의혹을 폭로하며 '저격수' 역할에 나서자 참여연대 측은 2일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제기된 의혹들을 조목조목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아름다운재단이 참여연대 행사에 재원을 지원한 정황이 드러나는 등 기부금 사용처를 둘러싼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기부금을 둘러싼 의혹과 반박
참여연대가 강 의원 주장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목은 '참여연대가 비판한 대기업이 아름다운재단에 거액을 기부한 뒤 해당 기업 비판이 누그러졌다'는 부분이다. 강 의원은 "참여연대가 1990년대 후반부터 2004년까지 LG그룹 계열사 부당 지원 및 그룹 계열 분리 문제를 집요하게 공격했는데 공교롭게도 LG그룹과 GS그룹이 2004년부터 2010년까지 10억7,511만원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고, 참여연대는 이후 비난을 삼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2002년 2월까지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지냈으며 2003년 6월까지 참여연대 비상근 집행위원장을 역임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2일 "박 변호사가 사무처장을 사임한 것과 동시에 아름다운재단은 참여연대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별개의 조직으로 운영됐다"며 "참여연대의 기업 감시 운동과 아름다운재단에 대한 기업 기부 행위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또 "2004년 이후 LG, GS, LS등 범LG그룹에 대한 참여연대의 모니터와 문제 제기는 오히려 더 활발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날 참여연대가 공개한 '범LG그룹 관련 활동 일지'에 따르면 참여연대의 LG그룹 지주회사 관련 비판은 1999년부터 꾸준히 이어져 2004년에는 9건에 달했으나 그 뒤 2005~2006년에는 3건에 그쳤다. 논평 건수가 2004년 상반기까지는 많았으나 그 해 하반기에 줄어들고 2005년 이후에는 급감했다. 참여연대 측은 "2006년 8월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가 경제개혁연대로 조직적 분화를 했기 때문에 참여연대의 비판 논평이 없어진 것"이라며 "그 뒤에는 경제개혁연대가 기업 감시 활동을 계속했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참여연대 출신들이 주축이 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가 우선감시대상으로 삼은 대기업 중 10개 기업이 10년간 총 148억원을 기부했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CGCG는 참여연대의 부설연구소가 아니며 박 변호사는 CGCG 설립 및 운영, 연구 활동 등에 관여한 사실이 없고, 영향을 줄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고 부인했다. 또 "참여연대가 생명보험회사의 상장 배분 문제를 제기한 뒤 교보생명으로부터 47억669만원을 기부 받았다"는 강 의원 지적에는 "생명보험회사 상장 문제 제기와 아름다운재단 모금 활동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교보생명 측도 "참여연대 비판과는 무관하게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기부금을 냈다"고 해명했다.
아름다운재단에 96억 9,169만원을 기부한 아모레퍼시피 측은 "2003년 고 서성환 회장의 유지에 따라 저소득층 모자가정의 자활 사업을 위한 기금의 일부로 기부했다"고 해명했다. 대기업들은 한결같이 순수한 목적으로 기부금을 냈다고 주장했지만 여야 관계자들은 "시민단체 인사가 찾아와 기부금을 달라고 할 때 대기업이 쉽게 거절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며 여전히 의혹을 제기했다.
기부금 사용처 논란
아름다운재단에 대한 기부금의 사용처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아름다운재단의 연도별 사업보고서를 보면 재단이 참여연대 행사에 재정 지원을 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2009, 2010년에 참여연대가 추진한 '동북아군비동결 캠페인'에 지원했다. 2007, 2008년에도 '한국 평화활동가 워크숍' 행사를 마련한 참여연대를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기부금이 참여연대 행사를 지원하는 데 사용됐다면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이에 아름다운재단의 서경원 기획홍보국장은 "재단의 사업별 기부금 배분 구조상 불가능하다"며 "참여연대에 돈을 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부인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아름다운재단 지원금 일부가 진보 성향 시민단체 일부의 행사 지원금으로 사용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2006년에는 아름다운가게의 회계 책임 간사였던 미국 공인회계사 박모씨가 당시 사무처장이 정상적인 회계 처리 없이 법인카드로 수백만원을 쓴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내부게시판을 통해 고발했다가 해고된 바 있다. 2009년 법원은 당시 박씨의 해고가 부당했다는 판결을 내렸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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