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파트너이자 친구였던 러시아 올리가르흐(과두재벌)들이 재산을 둘러싼 법정 다툼에 들어갔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영국 언론들은 명문 축구 클럽 첼시FC 구단주인 러시아 대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그의 옛 사업 파트너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법정 다툼이 런던에서 시작됐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레조프스키는 자신이 갖고 있던 정유사 시브네프트의 주식을 헐값에 넘기도록 강요했다며 아브라모비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아브라모비치와 베레조프스키의 인연은 1996년 러시아 최대 정유사 시브네프트를 합작 설립하며 시작됐다. 2000년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대통령이 권력화한 신흥재벌과 전쟁을 선포하자 베레조프스키는 이듬해 영국으로 망명하며 석유ㆍ알루미늄ㆍ방송국 지분 등 재산을 헐값에 매각했는데 당시 아브라모비치가 크렘린궁의 지시를 받고 자신의 재산 매각에 개입했다고 주장해왔다.
베레조프스키의 시브네프트 주식 21.5%를 시장 가치보다 훨씬 낮은 13억달러(1조5,670억원)에 넘겨 받은 아브라모비치는 시브네프트를 2005년 국영 에너지기업 가즈프롬에 매각한 뒤 영국에서 호화생활을 해왔다. 아브라모비치는 앞서 2003년 첼시FC를 3억달러(3,500억원)에 인수했다. 베레조프스키는 "아브라모비치가 주식을 넘기지 않으면 푸틴 대통령에게 청탁해 주식을 빼앗겠다고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베레조프스키 측 변호인 로렌스 라비노위츠는 "시브네프트를 함께 세우면서 두 사람은 친구가 됐지만 아브라모비치가 베레조프스키를 배신해 이익을 챙기려 했다"며 "재판을 통해 아브라모비치가 우정보다 돈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는 게 입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기 기자 hangi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