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 업계에 입점 업체로부터 받는 판매수수료를 내리도록 압박하는 과정에서 '쥐'가 '고양이'를 무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졌다. 공정위가 영업이익의 1~2%를 입점 중소기업의 판매수수료 인하에 쓰겠다는 백화점 업계의 제안을 기대에 못 미친다며 일축한 게 발단이 됐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 빅3' 측은 지난 주말 "공정위가 영업이익의 8~10%를 수수료 인하에 쓰지 않으면 직권조사에 나서겠다는 식으로 압박해왔다"고 폭로하고,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며 날을 세운 것이다.
공정위가 이 문제에 손을 댄 건 중소기업 공생발전과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물가상승 억제 등의 취지에 따른 것이다. 구두나 의류 같은 패션제품의 경우 40%에 육박하는 판매수수료는 중소기업엔 생존을 위협하는 과다비용이 되고, 소비자에겐 가격상승 부작용을 낳는다는 판단이다. 해외 명품과 중소 브랜드간 수수료 불공정 문제도 감안했다. 하지만 백화점 업계는 "영업이익의 몇 %를 내놓으라는 식의 일방통행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반(反)시장주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올 들어 정부가 유통과정의 가격 왜곡에 적극 개입하면서 반시장주의 논란을 빚어온 게 사실이다. 공정위는 백화점 판매수수료 외에도 커피 가격 담합조사나 라면 우유 등 생필품 비교정보 공개를 통해 가격 관리에 나섰고, 지식경제부는 정유사 및 주유소 원가조사 등을 통해 기름값 인상을 억제해왔다. 극심한 경기 불확실성과 가계부채 위기로 금리 인상 같은 거시정책을 가동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시적 물가시책에 주력해온 셈이다.
우리는 정부의 적극적 가격 관리나 유통구조 개선 작업을 반시장주의로 몰아붙이고 싶진 않다. 조지 소로스조차 지적했다시피,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 자체를 전면 부인하는 '시장근본주의'의 해악에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영업이익 가이드라인 같은 것을 정해 기업활동을 직접 통제하려 했다는 백화점 업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나치다고 본다. 좋은 취지라도 지나치면 실착이 된다. 공정위와 백화점이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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