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 현대 신세계 등 3대 백화점의 판매수수료 인하안에 대해 사실상 '퇴짜'를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더 확실하게 내리지 않으면 직권조사에 들어갈 태세다.
하지만 백화점들은 공정위가 '감내하기 힘든 수준'의 수수료 인하를 요구한다면서, "해도 너무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30일 공정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주요 백화점들은 이메일과 팩스 등으로 공정위에 자체 판매수수료 인하안을 제출했다. 앞서 3대 백화점은 백화점협회 주관으로 모임을 갖고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측은 백화점들이 제시한 수수료 인하안이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고 보고, 재고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퇴짜'인 셈이다.
백화점들이 공정위에 제시한 판매수수료 인하안의 정확한 규모는 불분명하나, 대체로 3개 백화점을 합쳐 15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정위는 빅3 백화점에 대해 영업이익의 8~10%에 해당하는 판매수수료를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영업이익의 10%만큼 수수료를 낮출 경우 롯데백화점은 무려 700억~800억원에 달하고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그 절반 정도의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건 동반성장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출혈을 감수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공정위가 수수료 인하를 압박하기 위해, 10월 중 대규모 직권조사에 나설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실제로 각 백화점들은 공정위 직권조사를 기정사실화하며, 현장 직원들에 대해 철저한 대비를 지시한 상태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거래업체별, 품목별로 수수료율을 3~7% 인하할 경우 영업이익에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점검한 바는 있지만 영업이익의 10%를 내놓으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고 밝히고, "현재까지 직권조사도 계획한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 대형백화점 관계자는 "임원들이 공정위에 불려 가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기업 없다'는 소리까지 들었다"면서 "중소 업체들과 공생 발전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방법이 불공정하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백화점들은 공정위의 강경 드라이브 앞에 내놓고 불만을 털어놓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의 무리한 요구가 계속될 경우, 백화점업계가 공정위의 '승인'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중소업체와의 동반성장 방안을 발표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밝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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