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과 방패의 대결이었다. 30일 서울 상암동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열린 야권 단일 후보 선출을 위한 TV토론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박원순 변호사가 상임이사로 있던 아름다운재단이 받은 거액의 대기업 후원금 논란을 날카롭게 지적했고, 박 변호사는 이를 적극 해명하면서 기존 정치인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대여 저격수' 활동을 했던 박 후보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박 후보는 "제가 MBC 경제부 기자 시절부터 재벌 개혁을 부르짖을 때 박 변호사는 재벌에게 '고맙다, 고맙다'하고 다녔다"며 "금융권에 많은 상처를 준 론스타의 후원금을 받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아름다운재단 고문으로 모시고 '매우 훌륭한 분'이라고 평가한 것을 보고 당혹스러웠다"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재벌과 권력의 문제를 제기한 것은 제가 원조"라며 "저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사찰을 받았다"고 답했다. 그는 "박 후보가 정치하면서 혼자 정의를 세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에 박 후보는 "박 변호사의 재벌 구조 개혁 노력은 인정하지만 한 손에 채찍을 들고 한 손엔 후원금을 받았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최규엽 후보도 "삼성과 론스타의 기부금은 착한 돈이 아닌 장물 같은 돈"이라며 공세에 가세했다.
박 후보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박 변호사가 한나라당 후보 지지 유세를 했다"며 "또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에 대해선 '노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한 탓이다'는 발언도 하셨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박 변호사는 "민주당과 풀뿌리 후보들을 더 많이 지지했다"며 "지엽말단적인 부분으로 전체를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정면 반박했다. 또 탄핵소추 발언에는 "언론에서 본 것 같은데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박 변호사 측 송호창 대변인은 토론 직후 "박 변호사가 2007년 한 인터뷰에서 국회의 탄핵소추권 남용을 지적했는데 이를 보수 성향 인터넷 매체가 '탄핵소추 그 후 3년, 박원순 노 대통령 권한 남용 탓'이란 제목으로 기사화했다"고 반박했다.
박 변호사는 시민사회 운동의 성과를 강조하면서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화에 주력했다. 그는 "재벌의 돈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를 갖고 단전단수 가구를 위한 기금을 만들었고 저소득층 싱글맘을 위한 희망가게를 만들어 무담보, 무보증으로 창업자금을 빌려줬다"고 말했다. 그는 "왜 기존 정당을 두고 안철수 교수에게 주목하고 지지가 모일까요"라며 "정당 정치가 시민의 마음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박 후보를 겨냥했다.
이에 박 후보는 "시민단체는 지적하고 비판하는 감시 기능을 갖고 있어서 나홀로 정치가 가능하지만 정당 정치는 상대를 인정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야권 단일 후보 관점에서 저는 혼자 뛰는 무소속 후보가 아니라 민주당의 지지를 함께 받는 후보"라며 "이번 경선에서 통과하면 민주당은 (나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는 "민주당의 지지를 받기 위해선 민주당과 철학이 같아야 한다"며 "박 변호사는 때때로 한나라당으로 보일 때가 있고 민주당으로 보일 때가 있다"고 맞받았다.
열띤 공방은 토론이 진행된 1시간 30분 동안 계속 이어졌다. 박 변호사가 "선의로 많은 일을 해온 사람을 가슴 아프게 공격할 줄 몰랐다. 그런 식으로는 '엄마 서울'을 할 수 없다"고 박 후보에게 항변하자, 박 후보도 "인신 공격적 질문을 섞어서 하신다"며 날 선 신경전을 펼쳤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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