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22ㆍ셀틱)의 상승세가 무섭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붙박이로 자리매김했던 2008년과 2009년 K리그에서 보여줬던 날카로움 이상의 활약이다.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SPL) 무대가 좁아 보인다. 지난해 팀 내 입지를 확보하지 못하며 '다른 팀으로 옮기고 싶다'고 투정 부리던 일은 과거지사가 됐다. 소속 팀의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그를 제외한 셀틱은 이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됐다.
'셀틱의 에이스' 기성용의 진가는 30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셀틱파크에서 열린 우디네세(이탈리아)와의 2011~12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본선 조별리그 I조 2차전 홈 경기에서 여실히 확인됐다.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기성용은 전반 2분 게리 후퍼가 얻어낸 페널티킥 기회에서 대포알 같은 오른발 슈팅으로 골 네트를 흔들었다. 기성용이 UEFA가 주관하는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 터트린 첫 번째 골. 기성용은 이후에도 파워와 정확도를 겸비한 예리한 슈팅으로 우디네세 골문을 노리며 맹활약했다. 전반 36분 프리킥 기회에서 직접 슈팅을 날렸지만 아쉽게 골문을 빗나갔고, 후반 34분 때린 대포알 같은 중거리포는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 막혔다.
셀틱은 기성용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후반 43분 동점골을 내주며 1-1 무승부에 그쳤다. 비록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기성용은 '빅 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기성용은 FC 서울에서 활약하던 2009년 셀틱 이적이 결정됐다. 당시 기성용의 이적을 둘러싸고 축구계에서는 많은 말이 오갔다. SPL에 만족하기에는 아까운 재능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SPL이 만만하지는 않았다. 기성용을 스카우트한 토니 모브레이 감독이 경질된 후 출전 기회조차 제대로 잡지 못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대표팀에 조기 소집될 정도로 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스스로도 "이렇게 지낼 바에는 다른 팀으로 가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나 기성용의 팀 내 입지는 지난 시즌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닐 레넌 감독의 눈 높이에 자신을 맞춘 결과였다. 자신의 외모처럼 예쁘게 공을 차던 기성용은 '파이터'로 변신했다. 수비 가담이 좋아졌고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레넌 감독은 바뀐 기성용을 중용하기 시작했다. 올 시즌에는 팀의 야전 사령관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고 레넌 감독으로부터 "절대로 다른 팀에 내줄 수 없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신임을 얻고 있다.
기성용은 여름 이적 시장에서 여러 팀의 구애를 받았지만 레넌 감독의 고집으로 팀에 잔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같은 페이스라면 몸값은 수직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빅 리그' 진입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