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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블랙홀 전쟁' 호킹박사 이론의 오류… 30년간 진화해 온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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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블랙홀 전쟁' 호킹박사 이론의 오류… 30년간 진화해 온 논쟁

입력
2011.09.3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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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전쟁/레너드 서스킨드 지음·이종필 옮김/사이언스북스 발행·579쪽·2만5,000원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틀렸다? 스티븐 호킹은 갈릴레오 갈릴레이-아이작 뉴턴-알버트 아인슈타인에 이어 물리학의 계보를 잇는 학자로 평가받는 인물. 그런 그가 잘못된 이론을 제시했다는 믿기 어려운 이 이야기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5년 호킹 박사는 블랙홀도 빛(에너지)을 내고 시간이 지나면 증발해 버린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빛조차 탈출하지 못하는 '중력의 감옥'에서 빛이 나온다니. 기존 통념을 뒤엎는 이 이론에 그는 한 가지를 덧붙였다.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물질의 정보는 영원히 사라진다. 물질을 구성하는 양성자, 중성자 수 같은 물리량이 블랙홀 안으로 들어가면 없어진다는 얘기다.

그로부터 8년 뒤, 미국과 네덜란드 물리학자인 레너드 서스킨드와 헤라르뒤스 토프트는 한 세미나에서 호킹의 주장을 듣고 그의 이론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물리량이 사라진다는 말은 그간 우주를 해석하는 기본 원리로 여겨온 '물질불멸의 법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 법칙은 현대 물리학의 토대로, 물질을 구성하는 요소의 조합은 변해도 그것들의 총 질량은 보존된다고 설명한다. 만약 호킹의 주장이 맞는다면 현대 물리학의 밑바탕이 무너져 내릴 상황. 서스킨드와 토프트는 호킹의 주장을 반박하기 시작했다.

그게 30년간 이어진 '블랙홀 전쟁'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2004년, 호킹은 자신의 이론이 틀렸음을 시인했다. 그가 한 국제학회에 참가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물질의 정보가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새로운 계산 결과를 발표하면서 물리학의 미래를 둘러싼 전쟁도 끝이 났다.

논쟁의 중심에 섰던 서스킨드가 지은 <블랙홀 전쟁> 은 단순히 '스티븐 호킹이 틀렸다'는 사실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대신 새롭게 제기된 이론에 물리학자들이 어떻게 반응했고, 이론과 이론이 맞서면서 논쟁이 어느 방향으로 진화해갔는지를 풀어놓는다.

호킹은 우주를 해석하려는 인류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아주 평균적인 별의 작은 행성에 살고 있는 고등 원숭이 종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아주 특별한 존재이다."

그러나 서스킨드는 인류가 특별하기에 실수도 한다고 말한다. 우주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실수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 "더 많은 것이 발견될수록 우리가 아는 것은 더 줄어드는 것만 같다. 물리학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란 저자의 마지막 말이 와 닿는다.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읽기엔 다소 어렵다는 게 아쉽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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