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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개천예술제 백일장과 정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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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개천예술제 백일장과 정벽상

입력
2011.09.3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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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배우는 학생 몇이 진주에서 열리는 개천예술제 백일장에 나간다고 부산하다. 개천예술제 백일장은 나와 인연이 많다. 대학생이었던 1980년, 30회 대학ㆍ일반부에서 장원을 했고 52회 때엔 심사위원을 지냈다. 역대 입상자 명단을 보면 1949년 제1회 백일장에서 '만추'라는 시제로 '진주농고 이형기'가 장원, '삼천포 박재삼'이 차상이다.

지금은 두 분 다 이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시단의 중진으로 활동하며 좋은 작품을 많이 남겼다. 상을 주던 백일장은 32회로 끝이 나고 1983년부터는 개천문학신인상이란 이름으로 상금을 주고 있다. 올핸 시, 시조, 수필 부문으로 나눠 각 부문 장원에게 300만원의 상금을 주고, 장원 중에서 최고를 가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시상한다.

아마추어만이 아니라 등단 2년 차까지 참가 자격을 줘 신춘문예 당선자도 백일장에 나온다. 치열한 경쟁에서 저 친구들이 입상을 할까 고개가 갸웃거려지는데 학생들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역대 장원 명단에 내 이름이 없다는 것이다.

그때 나는 '정벽상'(鄭碧常)이란 필명을 썼다. 이거 참, 학생들 눈빛이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내가 대학 때 장원했다고 자랑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 덕에 나는 나를 아직도 벽상이라 부르는, 백일장에서 만나 지금까지 벗으로 지내는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확인시켜줘야 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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