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적응하고, 진화하고, 살아남아라!/한나 홈스 지음ㆍ황혜숙 옮김/교보문고 발행ㆍ312쪽ㆍ1만5,000원
무조건 자신의 지시사항을 가장 먼저 수행해 주길 바라는 상사와 나름의 기준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나는 자주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반드시 계획한 일정대로 여행해야 하는 나와 우연히 마주치는 이국적 체험에 흥미를 느끼는 친구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여행을 하는 일 역시 쉽지 않다. 인류는 매 순간 각양각색의 성격을 지닌 사람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한다. 도대체 왜, 이처럼 나를 미치게 만드는 성격들이 생겨난 것일까.
과학저술가로 '내셔널 지오그래픽' '뉴욕타임스 매거진' 등에 글을 쓰는 저자는 뇌과학의 최신 연구 성과와 진화생물학으로 분석한 성격 연구를 통해 인간행동을 해석한다.
저자는 인간의 다양한 성격이 생명체의 진화 과정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그리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MBTI 못지 않게 잘 알려진 '성격의 5요인'이라는 심리학 이론을 빌려온다. 성격의 5요인은 신경증, 외향성, 우호성, 성실성, 개방성의 5가지 요인과 각 요인을 설명하는 6개의 하위 요소를 통해 인간의 복잡다단한 성격을 요약한 이론이다.
세계 각지의 유명 연구소를 찾아 이 5가지 요인을 발생시키는 과학적 근거를 찾은 저자는 이를 평범한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적용해 설명한다.
예컨대 신경증적 성격은 뇌 화학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 과정으로 풀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포유류의 신경계에서 정보 전달을 돕는 물질인 세로토닌이 많거나 적게 분비되면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난다. 또 뇌의 영역 중 편도체가 예민한 사람은 항상 극도로 민감한 신경증적 성격을 지니게 된다.
개방성은 노화와 관련이 깊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다른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에 드러나는 감정을 읽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관심이 점점 더 자기 내면으로 향한다.
무엇보다 성격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뇌의 명령으로 본 저자는 세상의 잣대로 나쁘다고 판단할 만한 성격에서도 장점을 찾아냈다. 저자에 따르면 신경증적 성격은 다양하고 광범위한 계획을 세우는 성향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일들을 피하는 데 유용하다. 'Quirk:Brain Science Makes Sense of Your Peculiar Personality'라는 원제처럼 뇌과학을 통해 별난 성격의 이해를 돕고 있는 셈이다.
결국 핵심은 인류 생존을 위해 모든 성격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모든 생활양식에는 장점이 있고 어떤 생활양식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구성원의 성격이 다양하면 종 전체가 곤란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여러 가지 독특한 성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흥미로운 단초는 제공하지만 현재 누군가와 성격 차이로 고민하는 이에게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상대의 밑도 끝도 없는 신경질을 '세로토닌이 부족한 상태'로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일 이는 없을 테니까.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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