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제안한 일자리 법안은 손을 놓고 있는 것보다는 나은 방안이다. 그러나 실업률을 줄이는데 큰 효과는 없을 것이다. 법안에 담긴 많은 정책수단이 세금을 감면하거나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인데, 이것이 경제의 근본 문제인 재화나 서비스의 수요 증가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당연히 고용도 늘지 않는다.
일자리 법안이 갖는 많은 조치는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과거 미국인이 신용카드와 현금지급기를 신나게 사용한 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생각하면, 이 같은 지속 불가능한 모델을 되살리는 것은 건전한 정책이 아니다.
인프라 프로젝트 신속 승인이 핵심
민간부문을 개의치 않고 정부가 경제의 장기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이 하나 있다. 사회간접자본(인프라)을 확충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계획에도 담겨 있지만, 이를 위해선 훨씬 더 대담한 조치가 필요하다. 미국토목학회(ASCE)는 허물어지는 미국의 인프라를 고치고 업그레이드 하는데 2조달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세계경제포럼의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인프라 순위는 10년 전 9위였다가 지금은 24위로 추락했다. 미국은 인프라 개선을 위해 더 야심 찬 노력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타협이 절실하다.
우선 필요한 것은 자금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케이 베일리 허치슨 상원의원이 주장했듯 사회간접자본 전담은행을 설치하기 위한 좋은 제안들은 많이 나와 있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 특히 유럽에서 적용된 모델이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공공투자라 하더라도 이것이 지렛대 역할을 해서 훨씬 많은 민간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도로와 다리, 고속도로 등의 인프라 건설에서 미국은 놀랄 정도로 민간부문의 공헌도가 낮다. 전담은행을 만들면 시장친화적이고 효율적인 민관 협조체계가 구축될 수 있다. 실업을 타개할 정도의 대형 프로젝트를 이 은행이 떠맡을 수 있으려면 공화당이 대규모 공공투자 계획에 찬성해 줘야만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즉시 착공해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인프라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너무 적은데 놀랐다"고 한 적이 있다. 심사와 허가에 수 년에서 수 십년 걸리는 규제를 개선한다면 즉시 착공 가능한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다. 미국에서 '허가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는 인프라 프로젝트 비율이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조사도 있다. 완공되려면 3~10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인데, 가치로 측정할 때 유럽보다 3.5배나 더 많다.
또 다른 문제는 인프라 건설 근로자에게 지급할 적정임금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소수의 고숙련 근로자가 일자리를 독차지하는 문제가 생긴다. 노조원이 받는 시급 26달러의 절반을 준다 해도 실업자들이 구름처럼 몰릴 것이다. 제너럴 모터스(GM)는 노조와 적정임금을 낮추는 데 합의해 지난 2년 동안 수천명의 근로자를 더 고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고용 비상상황'을 선언해야 한다. 인프라 프로젝트는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신속하게 처리해 최대 60일 내에 승인해야 한다. 적정임금 의무를 규정한 부과한 '데이비스-베이컨' 법은 잠시 효력을 중지시켜야 한다. 인프라 전담은행에 2,000억달러를 지원하면 수주 내에 수 천억달러의 민간자본이 몰려들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제프리 이멜트(GE의 회장이자 백악관 고용ㆍ경쟁력 자문위원장)가 만든 규제 단순화 방안은 충분치 않다. 더 거대하고 대담한 계획이 필요하다.
장기 성장 위한 지원에 집중해야
보수성향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2006년 보고서에서 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 미국의 생산성과 삶의 질이 추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CSIS는 "연방정부의 적자가 경제성장을 약화시키고, 언젠가는 빚을 갚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적자를 이유로) 장기적 성장에 필요한 지원을 하지 않으면 더 골치 아픈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미 대선 후보들 중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한 CSIS의 보고서에 서명한 후보가 딱 한 명 있다. 나는 그가 선거운동을 할 때 인프라에 대해 목청껏 소리치며 주장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그는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다.
정리=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