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처리인을 맡은 이후 처음으로 지난 한 달 동안 독자로부터 '고충'과 관련한 전화나 이메일을 한 통도 받지 않았습니다. 구독 등과 관련한 전화는 몇 통 있었지만 그것은 논외의 일이었습니다, 휴가와 추석 연휴가 낀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개인의 명예나 초상권에 대해서 신경을 쓴다는 방증 같아 반가웠습니다.
한 가지 특이했던 것은 미국에서 걸려 온 '따뜻한 고충'의 국제전화였습니다. 8월 29일 자에 실린 '식물인간이 된 딸을 돌보는 애틋한 모정'의 주인공을 돕고 싶은데 국내 연락처를 알려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은 타 신문에 난 것을 한국일보 기사로 착각하고 해외에서 전화를 준 것이었습니다.
그분의 전화를 받고 한국일보 신문을 뒤적이던 중 한국일보에도 세상의 고충을 잠시나마 잊게 해 준 따뜻한 기사들이 있었음을 발견했습니다. 추석을 앞둔 9월 9일 자에 실린 '내고장 사랑운동- 추석 나눔행사' 특집기사였습니다. 올해 설부터 네 번째 맞는 나눔행사였는데 작은 정성을 모아 사랑을 실천하는 미담을 읽으면서 각박해진 마음이 넉넉해졌습니다.
이런 기사들이 자주 실렸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우리 사회의 고충을 덜어 주는 기사들이기 때문입니다. 남을 의식하는 마음은 또한 기사를 쓰거나 편집을 할 때도 당사자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게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 지난달 25일자 사회면에 실린 '월 수입 2,000만원 신의 직업 법원 집행관'제목의 기사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월 수입 2,000만원'이란 문구 때문이었습니다. 연봉으로 따지면 2억 원 대. 이는 일반 대기업의 웬만한 사장급 수준일 것입니다. 법원 집행관이 어떤 직업이길래 그럴까.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기사를 읽게끔 유도하는 제목의 기능을 120% 발휘한 셈입니다. 하지만 좀 과장된 면이 있지 않았을까요. 본문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집행관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고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중앙지법 집행관은 한달 수입이 800만~1,2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많은 수원과 의정부 등 일부 지방법원에서는 1,500만~2,000만원도 거뜬히 벌고 있다는 게 법원관계자의 설명이다.'
월 수입액은 기자가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것인 데다 2,000만 원이라는 액수도 극히 일부 집행관에만 해당되는 최고의 액수인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 집행관의 입장에서 기사를 봤다면 어땠을까요. 하는 일에 비해 터무니 없는 급여를 받는 특혜자로 오도하는 것이 아니냐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기사가 정확해야 하듯이 제목도 정확하고, 적확해야 할 것입니다. 종이신문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인터넷매체와 다른 점은 정확성과 심층성입니다. 그런 점에서 신문만은 '낚시성 제목'을 피해야 하지 않을까요.
허경회 02-724-2446, bigea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