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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전 사태 재발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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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전 사태 재발은 안 된다

입력
2011.09.3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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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약한 인간을 불쌍히 여겨 제우스 몰래 태양의 마차에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프로메테우스, 그는 그 대가로 산꼭대기에 쇠사슬로 묶인 채 자신의 간을 매일 독수리에게 쪼이는 고통스런 벌을 받게 됐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불의 역사다. 사람은 이렇게 하여 얻게 된 불을 사용해 인류문명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불을 이용, 2차 에너지인 전기를 만들어 냄으로써 온 세상을 지배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듯싶다.

이제 문명의 이기인 전기로 인해 우리 생활은 상상 이상으로 윤택해진 대신 전기 없이는 한순간도 살기 어렵게 됐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9월 15일 발생했던 초유의 정전사태였다. 당시 서너 시간의 순환 정전사태는 우리 사회 전반에 큰 혼란을 야기했다. 예고 없는 정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 갇히고 교통신호등이 작동하지 않는 등 각종 피해가 속출하는가 하면 공장이나 식당, 사무실은 물론 병원, 금융기관의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이동통신 장애까지 발생하는 등 정전사태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전기 없는 세상의 파급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톡톡히 실감케 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순환정전 당시 실제 사용 가능한 예비전력은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적어 정전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니 어찌 보면 '불행 중 다행'이었다고 할까. 하마터면 우리나라 전체가 암흑세계가 되는 이른바 블랙아웃 사태까지 맞을 수도 있었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당시 정부는 대표적 기저부하(基底負荷)인 원전 3기가 가동을 중지, '대규모 정전사태를 초래하게 됐다'는 논란에도 휩싸이게 됐다. 그러나 원전의 가동중지는 운전원리와 절차를 이해하면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8월 말에 영광 2호기, 이어 9월 9일과 14일엔 울진 4호기와 2호기가 정밀검사와 연료교체를 위해 각각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갔다. 통상 1년 365일을 단 하루도 쉼 없이 가동하는 원전은 연료 소모량과 안전성을 정밀 검토한 후 1년 전부터 정비시기를 결정하게 된다.

물론 원전 3기가 정상적으로 전기를 생산했다면 대략 300만kW 정도의 전력을 확보, 순환정전 상황으로까지 도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원전은 무엇보다도 안전이 최우선이고, 연료 교체작업이 1년 전부터 계획된 일이어서 원전을 임의로 연장 가동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정전사태의 근본 원인은 전력수요 예측의 오류, 보고된 예비력과 실제 발전가능량 간의 117만kW 차이, 보고체계의 혼란과 선제적 조치 부족 등 전력위기 대응체제 전반의 문제로 봐야 한다. 그래야 향후 적절한 대응방안과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될 수 있다.

사실 다가오는 겨울이 더 큰 문제다. 최근 몇 년간 여름보다 겨울에 전력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 1월에 7,314만kW의 최대전력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 정전사태 시에 전력수요가 6,728만kW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 겨울에도 심한 한파가 닥친다면 이번 정전사태 보다 더 심각한 전력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와 전력담당 기관은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합리적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기상이변을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현실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급격한 수요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전력소비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고 실천을 유도하는 일이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론 적정 수준의 발전능력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전력공급의 안정을 위한 근원적 대책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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