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동 잎,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가~을밤에…'
이 계절, 하루에 한 번꼴로 라디오 전파를 타는 노래'오동잎'은 지금도 신청하는 팬들이 많은 대표 가을노래다. 비가 내렸던 지난 목요일에는 '가을비 우산속에'역시 라디오 전파를 많이 탔을 것이다.
최헌은 1970년대 중반, 꽃미남 가수 중 한명으로 꼽혔다.
당시 여고생이었던 언니는 윤수일 팬이었고 나는 초등학생이었지만, 어쩐지 최헌이 참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윤수일, 최헌, 조경수 등 미남가수 3인방이 소녀팬들을 사로잡고 있었는데, 최헌은 전형적인 미남형이라기보다는 호남형 스타일로 요새말로'엄친아'분위기였다.
나중에 라디오 프로듀서가 되어 출연자로서 최헌을 만났을 때, 그는 이미 뒤편으로 물러선 상황이었지만 무척 유쾌한 성격이었다.
흔히 "옛날에 내가 얼마나 잘나갔는지 아느냐"는 식으로 주변을 불편하게 하는 '왕년의 스타'가 아닌 그냥 '아저씨 최헌'으로, 중학교 동창인 야구해설가 하일성씨와 그때를 아십니까 수준의 옛날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면 좌중이 모두 웃다가 쓰러질 지경이었다. 하일성씨가 기억하는 최헌은 '한번도 스타인 척 한 적이 없는' 소탈하고 편한 친구란다.
"중학교 동창 중 최헌이 가장 출세했기 때문에 친구들한테 많이 시달렸어요. 무슨 결혼식이니 행사니하면 꼭 와달라고 성화였는데 싫은 내색도 안하고 웬만하면 다 참석했죠. 최헌은 천성적으로 착합니다. 그 친구가 히식스 시절 나이트 클럽에서 노래를 많이 했는데 가끔 술 마시고 그 친구 앞으로 달아놓곤 했는데 지금까지 한번도 뭐라고 한 적이 없어요"
사실 어떨 때 들어보면 최헌은 가수가 되기에는 너무나 심한 허스키가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다음 가사가 제대로 나올까 싶을만큼 힘겹게 핏대를 올리면서 그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보는 내 목이 다 아픈것 같고 괜히 불안불안하곤 했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심한 허스키가 최헌의 매력이기도해서 '순아', '당신은 몰라', '앵두', '구름나그네'등 연달아 히트곡을 내놨다. 가수는 히트곡 하나만 있어도 평생 먹고산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최헌은 '오동잎', '가을비 우산속' 두 곡의 메가톤급 히트곡까지 갖고 있으니 참 행복한 가수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별다른 스캔들도 없었고 남녀노소 두루두루 사랑받는 호감형 가수였으니 지금처럼 세시봉 열풍이 불고, 옛가수들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들 때 '짠!'하고 다시 나타나면 팬들이 얼마나 반가울까싶다.
최헌이야말로 나이들수록 멋있는 로멘스그레이였는데...그런 그가 요즘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한다. 최헌 노래가 나가면 그래서 걱정하는 문자가 쏟아진다. 쾌유를 비는 팬들이 그토록 많다는 것을 그는 알까.
마침 40년만에 최헌이 몸담았던 그룹 '히식스'가 재결성, 공연을 한다는 인터뷰 기사를 보니 그가 더욱 궁금하다. 히식스 멤버들은 첫공연을 최헌에게 바친다고 하니 그들의 음악만큼이나 우정도 아름답다.
최헌 특유의 '오 동 잎, 한~잎 두 잎…'핏대를 세우며 노래 부르는 그를 무대에서 빨리 만나보고 싶다. 이 초가을의 소망이다.
조휴정ㆍKBS 해피FM 106.1 '즐거운 저녁길 이택림입니다'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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