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가열되고 있는 글로벌 모바일 운영체계(OS) 전쟁터에서 삼성전자의 전략은 한마디로 '멀티OS'로 집약된다. 특정 OS에만 국한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OS, 즉 구글의 안드로이드도 쓰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모바일도 쓰고 그러면서 아직 초보적이지만 자체 OS인 '바다'도 키워나간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멀티OS 전략을 위해,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궁극엔 애플(iOS)와 구글(안드로이드), MS(윈도 모바일)로 고착화 됐던 기존 글로벌 OS 3강 구도를 흔들겠다는 복안이다.
누구도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일원'이란 이미지가 강했다. 주력 스마트폰(갤럭시S2)와 태블릿PC(갤럭시탭)가 모두 OS로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탓이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로 고착화될 경우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올 수도 있고, 또 과도한 종속화로 인해 소프트웨어 경쟁력향상이 지연될 수도 있다는 게 현 삼성전자 내부의 판단이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최근 들어 안드로이드 이외의 OS 파트너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텔 MS 등과 잇따라 손을 잡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의 인텔 리눅스모바일(리모) 재단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함께 리눅스 기반의 새로운 개방형 운영체제(OS)인 '티젠'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글 안드로이드처럼 완전 개방형 OS로 만들어지는 티젠은 내년 중순께 삼성전자 모바일 기기에 탑재될 예정이다.
리눅스는 MS 윈도처럼 PC에 탑재되는 OS이지만, 유료인 윈도와 달리 무료다. 모건 길리스 리모재단 책임자는 "티젠은 개방형 웹을 통한 새로운 생태계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휴는 최근 노키아와 결별로 모바일 하드웨어 협력사를 잃어버린 인텔과 멀티 OS 전략을 추구해온 삼성전자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을 의미한다.
같은 날 삼성전자가 MS와 특허공유(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것도 OS다변화 정책의 일환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일정 로열티를 지급하고서라도 MS와 손을 잡아 윈도 모바일 OS와 관련된 특허운용을 보다 효율적으로 꾸려가겠다는 복안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결과적으로 반(反) 애플 전선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모토로라를 인수해 하드웨어 부분을 강화한 구글까지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가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잇따른 제휴는 사실상 애플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하지만 구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뜻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MS, 윈도 모바일 진영 강화
MS는 PC OS의 절대적 지위에도 불구, 모바일쪽에선 애플과 구글에 밀려 상대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동맹을 통해 MS 역시 존재감을 확대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와 관련, "이번 삼성전자와의 제휴는 안드로이드 OS에 기반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제조사에 소프트웨어를 무료 제공하는 구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MS에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한 것은 결과적으로 안드로이드가 MS의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
이에 따라 MS는 향후 안드로이드 진영의 다른 휴대폰 제조업체들과의 로열티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면서 구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갈 수 있게 됐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만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HTC는 이미 스마트폰 1대당 MS에 약 5달러의 로열티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안드로이드 무료개방을 통해 우호세력 확장에 나서고 있는 구글의 전략은 그 만큼 차질을 빚게 됐다. 구글은 즉각 삼성전자와 MS의 제휴와 관련, 불쾌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구글은 성명을 통해 "MS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다른 회사들이 성취한 것들로부터 수익을 빼앗기 위해 법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의 멀티 OS구상은 당장은 특허전쟁중인 애플에 대한 동맹을 강화하면서, 장기적으론 구글까지도 타깃으로 삼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특정 진영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OS를 채용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전략이 글로벌 모바일 OS 세력을 모두 견제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며 "멀티OS전략은 곧 멀티동맹전략이고 이를 통해 자체 OS인 바다개발에 시간을 벌려는 고도의 전술"이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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