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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들과 '사랑의 농장' 운영하는 이주연 목사/ "6년 동안 부대껴보니 노숙인도 똑같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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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들과 '사랑의 농장' 운영하는 이주연 목사/ "6년 동안 부대껴보니 노숙인도 똑같은 인간"

입력
2011.09.2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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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악산 백사실 계곡 정상 부근에서 산 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산비탈을 따라 펼쳐지는 배추 밭을 만날 수 있다. 11월 수확을 앞둔 '서울 농부'들의 표정은 환하게 들떠 있다. 이주연(54) 목사와 노숙인들이 함께 꾸려가는'사랑의 농장' 풍경이다.

"맑은 공기 마시면서 농사일을 하면 마음 정화가 되고 건강에도 좋을 거란 판단을 했어요." 6년 전 어느 날, 이주연 서울 마포구 산마루교회 담임 목사는 노숙인들의 문제가 '경제적 문제'보다 '마음의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생명을 다루는 정직한 노동인 '농사'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제격이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때마침 지인이 농토가 망가져 묵혀 두고 있는 땅 1만m²가량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흙 속에 묻혀 있던 부직포 500포대를 주변 사람들과 아침저녁으로 걷었다. 교회에 나오던 노숙인들에게 일하러 오지 않겠냐고 권유했다. 식사 제공. 일당은 3만원,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는 '정규직'들에겐 소정의 월급 제공. 그렇게'사랑의 농장'은 시작됐다.

이 목사는 농사 문외한이었지만 책과 인터넷, 동네 사람들의 조언을 들으며 농사 짓는 법을 독학했다. "이젠 오이 농사 하난 자신 있습니다." 여름엔 오이 3만5,000개를 땄고, 가을엔 배추 3,500 포기를 거둬들일 예정이다. 수확한 농산물은 녹색 가게나 이 목사의 홈페이지인 산마루 서신을 통해 팔고 있다. 농장 운영비는 농장 수익금으로 15%, 후원금과 교회 헌금으로 85%를 충당한다. 처음보다 수익이 2배 가량 늘긴 했어도 농장 살림은 늘 빠듯하다. 그럼에도 정부에 손을 벌리진 않는다. "복지를 갖고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노숙인들을 돕는 일은 비즈니스가 아닙니다."

'사랑의 농장'에선 그래서 아무도 '실적'을 신경 쓰지 않는다. 서로에게 존댓말을 한다. 일을 시키는 사람도 없다. 그래도 다들 열심이다. 자발적으로 새벽 4~5시에 나오는 사람들도 생겼다.

이 목사와 노숙인들과의 인연은 2006년에 시작됐다. 처음엔 서울역과 효창공원 등지의 노숙인들이 7~8명 정도 교회에 오다 '산마루 교회가 잘 해 주더라'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70~80명이 한꺼번에 몰렸다. 이 목사는 사실 '노숙인'이라는 표현도 잘 쓰지 않는다. '그분들'이라고 말한다. 인간에 대한 배려를 읽을 수 있다.

그는 농장 운영 외에도 노숙인에게 인문·예술 교육을 하는 '해맞이 대학', 노숙인 자활'산마루 해맞이 공동체' 등 다양한 노숙인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이제야 '그분들'을 미화하지도, 동정하지도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됐어요. 6년 동안 부대끼면서 느낀 건 그들도 결국 우리랑 똑같은 인간이라는 거죠. 조금 가난한 교우일 뿐입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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