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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후폭풍/ '도가니' 원작자 공지영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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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후폭풍/ '도가니' 원작자 공지영 인터뷰

입력
2011.09.2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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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의 원작자인 소설가 공지영(48)씨는 여러 차례 비슷한 말을 강조했다. "요즘 세상이 너무 험난하다", "약자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 "약육강식의 사회다"….

'도가니'가 불러일으킨 공분은 장애학생에 대한 성폭행 문제만이 아니라 가해자들을 제대로 처벌하지도, 이를 개선하지도 않은 채 묵인한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것이다. 공씨는 "(관객들이) 아이들의 아우성만이 아니라, 약자 모두의 아우성을 느낀 것"이라며 "그게 (도가니 열풍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9일 전화 인터뷰로 도가니 열풍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영화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저도 굉장히 놀랐다. 몇 년 사이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민주주의 후퇴, 그런 것들이 이런 공분을 자아낸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 요즘 세상이 너무 험난하다. 모두들 살기 힘들지 않나. 약자들의 아우성이 곳곳에서 들린다. (관객들은) 아이들의 아우성만이 아니라, 그런 모두의 아우성을 들은 것이다."

-2심에서 가해자들에게 집행유예 판결이 나와 공분이 크다. 당시 판사는 성폭행이 친고죄인데 합의로 인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하는데.

"법률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저도 고의적으로 그런 판결을 했을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성폭행 범죄가 합의한다고 없어지는가. 이건 아이들을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법률들 속에서 아이들이 버려져 있었다. 이런 시스템이 고쳐지지 않으면 비극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의 아픔을 내버려두는 우리나라가 너무 후지다, 끔찍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소설을 쓰게 됐다. 가해자를 응징하겠다기보다는 이런 시스템을 고치자는 생각이었다."

-당시 피해 학생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나.

"지금은 학교를 다 졸업했는데 학교에서 배운 게 없다. 그래서 취업이 안 되고 있다. 대책위에서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는데,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 중이다. 구청과 협의해서 카페를 차린다고 하는데, 돈이 모자라 후원의 밤 행사도 여는 모양이다. 얼마 전에 아이들을 만났는데, (영화에서 학생들을 돕는 교사를 연기한) 공유씨를 만나고 싶다고 하더라. 선생님들이 아이들은 영화를 안 보는 게 좋겠다고 해서 영화는 못 봤다고 한다."

-2009년 6월 소설이 나왔을 때도 이 사건이 재론됐지만 사회적으로 확산되지 못했는데.

"그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셔서 좀 정신 없었던 상황이었다. 여러 일들이 급박하게 돌아가 이 문제에 대해선 제대로 관심을 못 가진 것 같다."

-이번 사안이 어떻게 해결됐으면 하는가.

"우리 사회 전체가 약자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 약육강식의 사회라는 느낌이다. 모자란다 싶으면 마구 짓밟는다. 아무리 수출을 많이 하고 소득이 많아져 봐야 무슨 소용인가.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 갔을 때 장애인들을 정말 우대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근래 사회 문제를 현실감 있게 다루는 소설들이 많이 나오지 않았는데.

"소설이 다 사회 문제를 다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너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 삶에 있어서 사회적 측면이 굉장히 크지 않나. 그런 부분이 미흡했다. 이런 소설이 성공하게 되면 앞으로 후배들도 많이 따라오지 않을까."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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